골프는 제약 많은 운동이다.

힘도 주지 말고, 화도 내지 말고, 아무 옷이나 입어서도 안되며 볼도
건드려서는 안된다.

따지고 들면 "있는 성질 다 죽인 채" 점잔 빼며 플레이해야 하는
종목이다.

그래서 골퍼들은 "우리가 왜 꼭 그렇게 골프를 쳐야하나"라며 "스트레스
풀기 시합"을 발명해 냈다.

<>.친 볼이 OB가 나거나 물에 빠지거나 그린 바로 앞에서 생크가 나면
골프채가 죽이고 싶도록 밉다.

"이 놈의 골프채"하며 내동댕이 치고 싶지만 신사의 게임인 골프에서
그럴 수가 있는가.

1936년 미 애틀란타의 드루이드 힐스CC회원들은 바로 이 점에 착안,
아예 "골프채 던지기 시합"을 만들어 냈다.

한번 골프채를 마음껏 던져 보라는 얘기였다.

클럽 헤드프로인 해리 스티븐스가 주최, 60여명이 참가한 이 대회의
세부 종목은 높이 던지기, 멀리 던지기, 그리고 정확히 던지기 등 세가지.

멀리 던지기에선 랜돌프 티머맨이란 골퍼가 놀랍게도 61야드를 던져
우승했다.

높이 던지기에서는 줄리우스 휴가 24m 높이의 소나무를 6m나 더 높이
넘겨 우승했고 정확히 던지기에선 50야드 전방의 목표물에 8번아이언을
던져 2m에 근접시킨 필립 에스릿지가 우승했다.

이 시합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첫째, 우드 보다는 아이언을,아이언보다는 퍼터를 훨씬 멀리 던질 수
있다.

둘째, 골프 볼 치는 것보다 방향잡기가 더 어렵다.

단 훅은 엄청 많이 나지만 슬라이스는 거의 나지 않는다.

셋째, 골프채를 새것으로 바꾸고 싶은 골퍼는 이 시합이 기막힌 기회가
된다.

당신이 골프채를 던지면 과연 얼마나 나갈까.

<>.허구헌날 비슷한 복장의 골프는 지겹다.

가면 무도회도 있고 가장 무도회도 있는 법.

그러면 "가장 골프대회"는 왜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한 미 뉴오올리언즈의 골퍼 세명이 1983년 "슬램 초청경기"
라는 이상한 시합을 개최했다.

시합의 규칙은 반드시 "괴상한 복장"을 하고 나와야 하며, 반드시 남녀
한쌍이 팀을 이뤄 남자는 그린까지 치고 볼이 그린에 오르면 여자만이
퍼팅하는 것이었다.

150커플의 참가자들은 온갖 복장을 다하고 나왔다.

클레오 파트라도 있었고 킹콩도 있었으며 아슬아슬한 원시인 복장도
있었다.

복장상을 수상한 팀은 존과 노라라는 60대 커플.

존은 2차대전 참전 당시 썼던 군용 헬멧에 흰색 목옥가운을 입었고
훈장을 주렁주렁 매달았다.

물론 바지는 입지 않았지만 빨간색 양말에 흰색 테니스화를 신었다.

또 노라는 질질 끌리는 붉은색 목욕가운에 여우 목도리를 둘렀고 금구슬
핸드백에 수영모자를 썼다.

어쨋거나 파37의 9홀코스에서 거행된 이 대회 우승팀은 3오버파 40타를
친 드빌과 월더 커플이었다.

"골프를 벗어난 골프"로 한번 웃어 보는 것은 어떨까.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