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총리실, 외무부 통일원등은 북한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씨
피습사건이 알려진 16일 치안.안보대책 마련과 추가적인 "보복행위"에
대비한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황비서 망명사건에 이어 이씨가 피습을 당하자 최근 북한
관련 동향이 심상치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예의주시.

청와대는 이미 치안비서관실을 중심으로 15일 저녁 9시52분 이씨 피습사건
직후 사건현장으로부터 긴급보고를 받고 밤샘을 하는등 비상체제에 돌입.

외교안보수석실도 이날오전 실무진들이 일찍 청와대로 출근, 황비서 망명
사건과 이씨 피습사건에 대한 대책을 숙의하는등 긴장된 분위기.

청와대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 2개가 벨기에제 6연발 브로우닝
권총에 사용되는 것"이라며 "이 권총은 북한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간첩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설명.

또 다른 관계자는 "이씨 피습사건은 간첩의 소행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면서 "피습시점이 김정일 55회 생일 전야인 점을 감안할 때 "생일축하"로
"배신자"인 이씨를 공격한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추측.

<최완수기자>

<>.이수성총리는 이날오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치안.안보관련 부처장관들
과 청와대 수석들이 참석하는 긴급 치안.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주재.

당초 정부는 황장엽비서 망명 장기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오후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이씨 피습사건이 벌어지자 한때
확대정책조정회의를 검토했다가 치안.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열기로 최종
결정.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회의가 격상된 배경과 관련, "황비서 망명에 따른
외교안보전략을 조율하는 것을 넘어 대북경계및 국내 치안강화를 비중있게
논의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

총리실 외교.안보담당팀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오전부터 각 부처로부터
올라오는 보고를 토대로 사건을 분석하는등 분주한 모습.

<>.통일원은 놀람과 우려를 감추지 못한채 일련의 사태들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과 정부대책을 논의하느라 분주한 움직임.

통일원은 이날오전 9시 김석우 차관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열어 "황비서
망명신청 사건에 이어 이씨 피격사건이 발생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악재가 또
터져 나왔다"고 의견을 모으고 사태파악과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분석.

통일원 당국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씨가 피격후 "간첩"이라고 발언한
점 <>사용총기가 북한공작원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점 <>황비서 망명사건이후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 <>김정일생일(16일)을 하루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북한측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

<>.외무부는 황비서의 망명사건 발생이후 우려했던 북한의 보복행위가
이씨 피습사건으로 현실화됐다는 판단아래 망명사건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주력하면서 전재외공관에 긴급 훈령을 내려 해외공관
경비강화와 주재원 신변보호강화를 지시하는등 부산한 움직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외무장관회담을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한 유종하 외무장관은 치안.안보관계장관회의 참석에 앞서
이기주차관과 유광석아태국장등 실무 간부진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한중외무장관회담 결과를 토대로 향후 황비서 망명사건 수습대책을 집중
숙의.

외무부는 또 해외에서도 북한의 "보복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황비서사건 직후 재외공관에 내렸던 경비강화 훈령에 대한 주요공관별
후속조치 내용을 점검하는등 이씨 피격사건이후 재외공관의 경비강화 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긴급 지시.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