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기간통신사업자의 회선을 빌려 장거리나
국제전화를 중개하는 음성회선재판매사업을 추진했다 불발에 그쳤다.

통신서비스의 상호주의원칙에 충실한 미국이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 대해 사업승인을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99년부터는 데이콤이 미국 시장에서 이사업을 벌일 경우
더이상의 걸림돌은 없다.

WTO통신협상으로 우리가 외국인에 대해 이 사업을 허용키로 해서다.

통신서비스시장 개방은 이처럼 우리만 일방적으로 대문을 활짝 열고
외국인사업자를 맞는 것이 아니다.

이번 WTO협상에 참여한 세계 모든 국가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국시장을
개방하게 된 것이다.

예를들어 이번 협상을 주도해온 미국은 외국인의 지분제한을 무선분야만
직접투자에서 20%로 제한키로 했다.

간접투자를 비롯해 유선쪽은 전혀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한국통신과 같은 대표적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제한이나
외국인 대주주, 회선재판매서비스등을 완전히 개방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고위관계자는 "WTO협상으로 우리시장이 열리는 만큼 우리도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갈수 있는 여지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국내기업의 진출대상국인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등 동남아 국가들이
시장을 활짝 열것으로 보여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남미시장 대부분의 국가가 50%이상 외국인
투자를 허용할계획이어서 이곳 시장진입도 더욱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러한 세계 각국의 자유화계획을 보다 효과적으로 분석 활용한다면
시장개방 위기를 성장기회로 전환할수 있을 것이다.

국내 통신업체의 경쟁력을높이면서 해외시장 진출의 성가를 올릴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해외통신시장 진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95년WTO통신협상이 시작된이후 적극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려왔다.

(주)대우는 이달말 개통하는 중국 흑룡강성 이동전화사업을 비롯
방글라데시 에콰도르 브라질 우즈베크공화국등에서 20여개 통신사업을
추진중이다.

사업내용도 기간전화 이동전화등 유무선분야 모두로 다양하다.

이 회사는 이같은 통신서비스시장 전방위진출을 통해 국산장비의 수출기반
을 다지고 통신운영노하우를 쌓아간다는 전략이다.

지난해말 현재 국내 기업들의 해외통신서비스사업참여는 한국통신이 94년
필리핀의 기본전화시장에 처음 뛰어든 것을 비롯해 17개국에 8억4천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또 조만간 투자이익도 서서히 회수될 전망이다.

WTO통신협상으로 이제 세계통신시장은 규제와 장벽이 철폐되고 기업간의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게 분명하다.

우리가 국내시장을 내어 준다는 수동적 소극적 자세를 버리고 외국시장을
우리것으로 만든다는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데이콤의 정태철부장(전략기획실)은 "미국등 선진국진출때는 지분참여나
현지사업자와의 제휴등 간접적 방식을, 통신망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개발도상국등의 진출에는 직접투자하는 차별화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정부도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할것이다.

통신장비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의 동반진출을 활성화하고 진출에 따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확충, 세제상의 혜택등을 지원해야 할것이다.

특히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기술의 해외진출은 반드시 성사되어야 할 과제다.

국산CDMA의 세계시장진출이 국내정보통신산업의 발전과 정보화사회진입에
절대적인 조건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윤진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