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치 풍어로 남해안일대 건포류 가공업체들에 "쥐포"비상이 걸렸다.

지난 80년대후반부터 자취를 감추었던 쥐치떼가 돌아왔기 때문.

제주도 근해와 경남 남해안 일대에서는 설대목을 앞둔 지난달 27일부터
쥐치가 대량으로 잡히기 시작해 어업인들과 쥐포가공업자들을 흥겹게 하고
있다.

80년대초반 술안주등으로 소비자들의 미각을 돋우웠던 쥐치가 86년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가 지난 91년 잠시 모습을 보인후 근 10년만에
어군을 형성해 우리나라를 다시 찾아온 것.

돌아온 쥐치 덕분에 남해안수협과 건포류 가공조합은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설대목부터 어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쥐치는 하루 1백50t정도 어획되고
있으며 20kg 상자당 1만5천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쥐치어황이 호조를 보이자 건포류 가공업체들은 모처럼 바빠졌다고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민하는 모습이다.

쥐치가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삼천포수협 관내 50여 가공업체들은
쥐포생산라인을 따로 확보했다가 쥐치떼 회귀가 일시적 현상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전용 가공라인 설치를
망설이고 있다.

이들은 설연휴이후 첫 출어에 나선 쥐치잡이 배들이 돌아오는 금주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풀 가동"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협관계자들은 "최근 지속적인 해양오염대책추진과 불법어획 단속으로
남해안의 자정능력이 크게 좋아져 쥐치 치어가 대량 서식할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것 같다"며 "쥐치떼가 5월까지는 계속 몰려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남해안 수온이 현재보다 낮아지지만 않을 경우 난류성 어류인
쥐치가 당분간 남해안 일대를 떠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