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 망명에 따른 북한의 보복조치가 이한영씨 피습사건
으로 현실화되자 해외 주재원및 가족 출장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태는 특히 지난해 중국에서 있었던 기아자동차 박병현
연변기술훈련원장 피살사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최덕근영사
살해사건과는 달리 보복성 테러라는 점에서 기업들을 더욱 긴장케 하고 있다.

현대 삼성 LG 대우등 대기업들은 황장엽비서의 망명에 이어 이한영씨 피습
사건이 발생하자 17일 해외근무자들에게 긴급공문을 보내 당분간 업무외
개인행동을 금하는등 신변보호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지시했다.

현대종합상사는 이날 모든 해외법인과 지사에 박세용사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신변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북한 대사관 및 영사관이 설치돼 있는 지역의 주재원 및 가족,
출장자들은 당분간 접대등을 포함한 개인적 야간 외출을 삼가고 불가피하게
외출할 때는 휴대폰등 통신연락장비를 휴대해 연락망을 구성할 것을 지시
했다.

또 해외 공관이나 그룹사 지사간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비상
연락망을 사전에 정비하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사무실이나 거주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출입전 반드시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배달된 소포등에 대해서도 개봉전 철저한 점검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삼성그룹은 황비서 망명사건이 중국에서 발생해 현지에서의 보복이 가장
우려된다고 판단, 중국본사차원에서 현지 주재원 2백60명과 가족들에 대한
안전점검 및 대책마련에 직접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해외근무자가 가장 많은 삼성물산도 해외 주재원 및 출장자
에게 당분간 업무를 줄이더라도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으며
야간에는 절대 외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LG그룹도 이미 LG상사가 해외법인 및 지사에 대한 점검을 끝낸데 이어
17일 LG화학과 LG정보통신이 해외주재원에 공문을 띄워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LG는 이와함께 출장자들도 업무를 조속히 정리하고 출장기일을 앞당겨
귀국할 것을 요청했다.

(주)대우는 이미 13일 해외법인과 지사에 안전대책을 강구하라는 공문을
발송한데 이어 이날부터 각 법인과 지사를 본사 해외관리부와 연결, 수시로
이상 유무를 보고 받고 있다.

대우는 특히 북한 공관이 개설돼 있는 지역에 근무하는 주재원들은 야간은
물론 주간에도 외출시는 반드시 2인 이상이 함께 행동하라고 지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도 해외 모든 지역의 무역관장들에게 공문을 보내
주재원들의 안전대책과 함께 기업들의 현지주재원 안전대책도 함께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관련, 기업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자칫 제2, 제3의 보복테러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며 "해외에서의 대북인사 접촉도 전면 금지할 것을 지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같은 안전조치강화가 필연적으로 중국이나 구공산권
국가에서의 영업및 시장개척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남북긴장상황이
장기화 될것을 우려했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