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 차남 현철씨의 국민회의 국회의원들에 대한 고소장 제출이
점차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철씨의 검찰출두도 자연스레 늦춰지고 있다.

현철씨는 당초 15일중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빠르면 이날 검찰에 고소인
자격으로 출두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고소장 제출은 이뤄지지 않았고 측근들이 17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가 17일에는 다시 18일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관측통들은 18일에도 확실하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현철씨의 고소장 제출이 자꾸 지연되고 있는데는 검찰출두에 대한
본인의 입장이 초기와는 달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현철씨의 검찰출두에 대한 시각이 분분,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청와대의 입장이 통일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선택은 현철씨가 한다는
점에서 현철씨측의 장고가 계속된다고 보는 편이 설득력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간여할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며 고충을 토로한뒤 "현철씨가 협조를 요청하면 모르되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왈가왈부 할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철씨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합동의총에서 자신의 이름이 직접 거론됐을
당시만해도 감정이 무척 격앙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흥분속에서 검찰에 당장 직접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주의의 권고와 설득으로 냉정을 되찾으면서 고소장
제출의 시기를 선택하고 있다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즉 한보사건에 관련해서 검찰에 출두하면 고소인 자격이 아닌 피의자로 일반
국민들에게 비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소장 제출을 가급적 늦춰 검찰출두도 수사결과가 발표되는 19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검찰출두와 한보수사를 분리해야 된다는게 현철씨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또 피고소인에 김대중 총재와 정동영 대변인도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도
고소장 제출을 지연시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철씨측에서는 이 두사람을 피고소인에 포함시키기 위한 법률적 검토작업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 싸움을 확대시켜서는 안된다고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는 또 국민회의 한영애, 설훈 의원이 검찰소환에 불응하겠다고 밝힌
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피고소인들이 검찰소환에 불응하는데 고소인이 구태여 검찰에 출두할 필요성
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여권 일부에서는 마무리국면에 들어간 한보수사가 자칫 현철씨의 검찰출두로
다시 불거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황비서 망명이나 이한영씨 피격 등으로 한보정국에서 안보정국으로 국면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현철씨는 검찰출두를 최대한 늦춰 한보사건과 무관하게 자신의 명예훼손
부분만이 검찰에서 다뤄지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완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