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동네 슈퍼마켓에서 1회용 면도기를 구입해 사용하다 얼굴을 긁혔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수 없어 면도기를 구입한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자초지종
을 이야기하고 면도기 제조회사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슈퍼마켓 주인은 전혀
알수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팔다 남아있는 면도기 포장지를 살펴보니 외국어 투성이여서
누구에게 항변한다는 것이 어렵게 되어 있었다.

이러한 사태는 비단 면도기 뿐만이 아니다.

최근 범람하고 있는 수입공산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조업자.원산지.
수입업자 등이 확인안된 국적불명의 상품들이 시중에 상당수 유통되고 있음을
볼수 있다.

이러한 제품은 결국 소비자가 사용할 것이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피해
는 우리 국민의 몫이 되며 피해를 입은 국민은 그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게 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정부당국은 수입품에 대해서는 반드시 한글로 제조업자
원산지 수입업자 등의 표기를 제품포장에 명시토록 하여 제품하자에 대해
책임질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철저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행복을 추구할 최소한의 권리이다.

부지불식간에 우리앞에 서성거리는 정체불명의 외제품들을 아무런 책임소재
도 규명하지 않은채 시중에 유통케 함은 상품을 구입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안하고 조심스럽다.

앞으로 더욱 거세게 들어올 외제품들을 고려해 보면 정부당국은 하루 속히
국민의 행복과 복지를 위한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기를 기대한다.

오수택 < 경기도 시흥시 조남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