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예탁금이 3조원을 넘고 투자심리는 과열권에 진입했다.
경기침체 장세에서는 여간해서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보사태가 오히려 통화공급의 빌미를 제공해 예상밖의 자금공급이 이루어
지고 있는데다, 폭락하던 반도체 가격과 폭등하던 국제원유가가 동시에 반전
함에 따라 기대밖의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특히 시중 자금사정 호전을 위해 공급된 자금들이 기업의 신용도 불안으로
증시로 들어오는 효과까지 감지되고 있어 투자심리를 자극시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과감하게 대형주 매수세도 살아나게 되었고, 때마침 일부 중소형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당국에 적발됨에 따라 대형주 반발을 한층 돕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따라서 이제까지 회복한 주가는 나름대로의 배경을 가지고 올라온 것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시각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반도체 매수세가 가격 회복을 계기로 살아나기는 하였지만 보다 큰
매수동기는 경기회복 소식 보다는 이들이 모두 이제껏 낮은 PER가 시장평균을
상회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조그만 빌미를 주어도 대기 매수세가 합세할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일부 유화주 중에서도 발견할수 있다.
평소 저평가 상태의 주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경기호전 신호를
발견하면 신념을 가지고 덤벼들게 되는 것이다.
일부 기관성 매수세에서 그런 징후를 보게 된다.
그리고 시중 자금공급은 그 명분과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제 서서히 비판에
직면할 소지가 높아지고 있다.
자금공급 확대를 너무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다.
환율은 자꾸 오르고 통화공급의 고삐가 풀리면 물가걱정 안할 국민은
한사람도 없다.
더욱이 이렇게 공급되는 돈도 제대로 필요한 기업에 돌아가지 않고 이곳저곳
에서 단기 투기자금화할 소지마저 보이고 있고 보면 곧 당국의 통화정책은
보수적으로 돌아설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반도체 매수세나 유화주 매수세가 경기회복 신호보다는 저평가
매수세 였음을 알수 있게 될것이다.
저평가 매수세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주가 회복이 멈추는 특징이 있다.
우리 기업들의 향후 이익창출 가능성으로 보아 추가상승은 상당한 한계를
느끼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미국 PER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96년 실적이 나오고 나면 이 PER 조차 다시 올라갈 입장에 처해
있음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금은 종목에 따라 저평가 주식이 있으면 어떤 계기에 의해 주가에
반영되는 종목장세이지 아직은 경기반전이나 장세반전을 시사하는 대세장세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 아태경제연구소 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