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내 초.재선의원들이 여권 지도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잇따라 제기
하면서 당 내분으로까지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중진들이 물밑수습에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보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최형우 고문은 18일 하얏트호텔에서 초.재선의원
10여명과 만찬을 갖고 당결속을 위한 수습방안을 논의했으며 이한동 고문도
이날 이사철 의원 등 초선의원 3명과 시내에서 오찬을 갖고 여론을 수렴했다.

특히 최고문은 지난 14일에도 김기재 정의화 황규선 김문수 이우재 홍준표
박성범 의원 등 초선의원들과 오찬및 만찬을 갖고 본인의 수습대책을 밝히
면서 각종 건의책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고문의 한측근은 이에 대해 "최고문이 최근 당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당내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사람이 없다고 개탄,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취지에서 모임을 주선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측근은 "초.재선의원들과의 잇따른 회동을 통해 당결속및 시국수습방안
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여론을 수렴하고 있을뿐 계파적 성격은 전혀 없다"
고 강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앞으로도 초.재선의원만으로 대상을 국한
하지 않고 계파와 지역을 떠나 참신성을 갖춘 의원들과 계속 만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고문측도 이날 모임에 대해 "국회 회기를 이용,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의원들과 만나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자는 것일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통상적인 모임임을 강조하면서도 "시국이 시국인 만큼 당안팎의 현안과
수습대책이 논의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에 대해 최고문과 이고문이 모두 대권주자들이라는 점을 감안,
"당없이는 자신도 없다"는 공멸의식에서 초.재선의원들 사이에 짙게 깔려
있는 이상기류를 수습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이들의
"대권행보"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당내에서는 특히 최고문이 적극적으로 모임을 주선하고 있는 것은 한보사태
로 최대위기에 처해있는 민주계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하면서 최고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있다.

이날 최고문과의 만찬에 참석한 한 초선의원의 측근은 "청와대와 당내
민주계 핵심실세들이 지난주 잇딴 회동을 통해 내분을 봉합, 재결속을 다짐한
것의 연장선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김덕룡 의원 등도 활발한 접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민주계의 이같은 물밑활동은 19일로 예정된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수사발표
및 종결, 오는 25일께로 예상되는 김영삼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에 이어
가시화될 대규모 당정 개편과 관련, 당내 주도권을 확고히 다지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는 한보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물건너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민주계의 대권도전 가능성에 다시 불을 지피는 의미도 띠고 있어 향후 당내
경선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의도가 어디있건 당 안팎의 사정이 어수선한 틈을 이용한 "대권행보"내지
"당권행보"라는 시비를 자초함으로써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권주자들간의
"신경전"을 촉발, 지도부의 "운신폭"만 좁히는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한보사태 전후의 민주계 움직임에 대해서는 일부 초.재선의원들 사이
에서 못마땅해 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이같은 "물밑수습"
이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