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임이름은 보금회다.

처음 이름을 듣는 이들은 모임의 성격을 언뜻 연상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11명의 회원들만 아는 암구어 같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임이 싹틀 채비를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9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58년 공군소위로 임관한 공군 각종장교 11기 간부후보생 출신중
보급장교로서 김해공군기술학교를 거친 전우중 11명이 의기투합, 지난
92년 모임을 만들었다.

보급장교의 보자와 김해의 첫글자를 따와 모임의 이름을 만들었다.

사실 우리는 당시 5년간 또는 10년이상씩의 복무를 마치고 뿔뿔이
흩어진후 연락이 두절되거나 간간이 흘러가는 소식으로 전우들의 얘기를
접하곤 했었다.

그러던중 현재 회장을 맡고있는 필자가 지난 92년 우연한 기회에 간부
후보생 동기인 박형철군을 만나 군대시절을 얘기하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서울에 살고 있는 전우들만이라도 우선 모임을 갖자는데
의견일치했다.

우리모임은 다른 모임처럼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거나 행사를 갖지 않는다.

얼굴만 봐도 즐겁고 마음이 푸근하기 때문이다.

마치 모두들 일상사를 잊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모임의 원칙이 있다면 2개월에 한번씩 만나기로 하되 한사람이라도
모임에 참석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면 모두 모일때까지 모임을 잠시
순연시킨다.

일단 11명이 모이면 만나는 첫 순간부터 욕잔치로 시작된다.

"이xx" "저xx"가 난무한다.

각박한 도시생활을 하다보면 이해관계가 담기지 않은 욕설을 들어보기도
흔치않은 세상이다.

때문에 격의없는 우리회원들의 욕설은 일상에 때묻은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해주는 것 같다.

필자의 경우도 몇군데의 모임에 참여하고 있지만 보금회만큼 편안한
자리가 없다.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모임이기 때문이리라.

회원들을 부를때 아직도 "OO후보생"이라고 부르는 것도 즐겁기까지 하다.

이 기회에 박철규 손덕조 신연중 오정태 윤국중 이철규 한정준
황규완군외에 11기간부 후보생으로 대전공군기술교육단 김해공군기술학교를
거친 전우들을 만나 보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