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입법 예고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경제 현장의 현실을 적지 않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공정거래 규정들이 지나치게 명분에 얽매여 경직돼 있다는 비판을 들어온
점을 감안, 현실에 맞게 신축적으로 고쳤다는 점이다.

또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돼온 조항들이 보완된 점도 눈에 띈다.

현장의 실상을 반영한 대표적인 조항은 소유분산우량 기준에서 전체지분율
을 상향 조정한 부분.

관계사 지분율을 지나치게 낮추도록 할 경우 적대적 M&A(기업매수합병)의
표적이 될수 있는 점을 감안, 지분율 조건을 다소 완화했다.

이에따르는 경제력 집중문제는 동일인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낮추는
식으로 대응했다.

또 친족의 계열분리요건, 시장지배적(독과점)사업자 지정요건 등에서도
''현실화''를 읽을 수 있다.

상호주식 보유기준을 모그룹은 5%, 분리되는 측은 10%로 완화해 주되
증권관리위원회가 지정한 외부감사인이 작성한 친족측 계열회사 감사보고서
를 제출토록 한 것이다.

독과점사업자 지정요건의 상향조정(연간 매출액 1천억원이상)도 숫자가
많아 올바른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면 그물코를 넓혀 ''큰고기''를 확실히
잡겠다는 현실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체성을 갖춘 근거규정이 마련된 점도 이번 시행령의 특징.

경제력집중억제규정을 피하기 위한 각종 탈법행위에 대한 유형을 구체화
했다.

그러나 여전히 모호한 조항들이 남아 앞으로도 더욱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계열분리 요건중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것외의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을 것"이라는 규정이나 계열사 판정기준중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자금.자산거래가 생기는 경우" 등은 투명성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사례.

실제 상황판단에 있어 자의성이 개입할 소지는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특히 부당한 공동행위의 면책기준을 마련한 것은 책임전가식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위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신고해서 조사에 협조
하는 회사에게는 처벌을 감면해 주겠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조사인원이 부족한데 따른 고육책이긴 하나 모양이 사납다는
지적이 많다.

<박기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