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들이 쏜 실탄 중 1발이 왜 이한영씨의 점퍼 안에있었을까.

그 설명은 실탄이 점퍼를 뚫고 나갔다가 벽 등에 튕겨 다시 점퍼에
박혔을 가능성과 점퍼를 뚫지 못했을 가능성 등 2가지로 요약된다.

그러나 현장 감식결과 아파트 복도에 탄흔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과
발견 당시점퍼 속 탄환의 위치와 진행방향 등으로 미뤄 실탄이 점퍼를
뚫고 나가지 못했을 것이라는게 수사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탄두의 마모 정도와 찌그러진 모양을 정밀 감식해야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현재로선 탄알의 손상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점퍼를
뚫고 나간 실탄이 벽에 맞고 튀어나와 점퍼에 다시 박혔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발사된 총알이 옷을 뚫고 나가지 못하고 위력이 떨어지며
정지했을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우선 이씨가 이날 두꺼운 이중 파일럿 점퍼를 입고 있었다는 점과
범인들이 근접 사격을 해 실탄에 가속도가 붙지 않았던 점, 범인들이
정면이 아닌 사각에서 쏘았던 점 등이 실탄에 위력이 없었다는 설명을
뒷받침한다.

범인들이 이씨 왼쪽 이마에 대고 쏜 총알이 보통과 달리 완전히 관통하지
못하고 뇌속에 박혀 있었던 것도 근접 사격으로 실탄에 위력이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을가능케 한다.

또 이씨의 가슴에 가로 방향으로 난 5cm 길이의 타박흔으로 미루어
탄환이 비스듬한 방향에서 발사된 뒤 점퍼 속으로 들어가 솜에 엉키면서
회전반경을 넓혀 전진위력이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권총에 소음기를 장착할 경우 종류에 따라 실탄의 위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탄환이 점퍼를 뚫지 못하고 안쪽에 남게 됐다는 설명의
타당성을 더욱 높게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