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통일" 문제로 유럽이 요즘 쇳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제통합 작업이 "세제통일"이라는 문턱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화폐통합의 선결과제로 세제통일을 주장하는 회원국과 "조세독립"을 고집
하는 회원국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등 세제통일을 강조하는 국가들은 일부 회원국들이
이자소득세 감면및 역외기업에 대한 세재혜택들을 무기로 이웃나라의 예금및
투자를 부당하게 유치하고 있다고 불평이다.

이는 다른나라의 조세수입을 빼앗는 것으로 "재정덤핑"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이자소득세가 없는 룩셈부르크의 경우 지난 93년이후 독일의 높은
이자소득세율 덕분에 1조마르크가 넘는 독일예금을 우치했다.

그만큼 독일정부의 조세수입이 줄어든 셈이다.

며칠전 세계적 테니스 스타인 스테피 그라프의 아버지에게 탈세를 이유로
3년9개월 징역형을 선고하는등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독일정부로서는 룩셈부르크의 조세제도가 눈에 가시임에 틀림없다.

아일랜드는 외국인 직접투자 유인책으로 다국적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10%
상당의 조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또 영국은 금융인에 대한 개인소득세를 터무니없는 낮게 책정, 런던으로
금융기관이 몰리게 한다는 것이 독일정부의 주장이다.

이밖에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외국기업에 주는 세제혜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브뤼셀에서 최근 열린 EU재무장관 이사회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조세통일을
위한 "행동지침"을 마련하자고 나선 것은 회원국간 갈등이 심각해졌음을
반영이다.

독일의 테오바이겔 재무장관은 "유럽 일부국가들이 부당한 조세제도를
활용해 독일 조세수입을 흡수해 가고 있다"며 내달까지 조세통일안을 마련
하자고 제안했다.

프랑스의 장 아르튀스 재무장관도 "부당한 세제경쟁은 유럽통합을 저해
한다"며 경쟁을 막기위한 "선행지침"을 제정하자고 주장했다.

양국의 이런 주장에는 화폐통합 참여를 위해 재정적자를 대폭 줄여야 하는
부담감도 상당분 담겨 있다.

조세수입이 줄어들면 재적적가 더 악화되고 화폐통합을 위한 재정적자
기준을 충족시킬수 없다.

이에대해 아일랜드정부는 "조세통일은 곧 아일랜드내 세금인상을 의미하며
이는 급성장하는 자국경제에 큰 타격을 줄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장클루드 융케 총리는 한걸음 나아가 "이에대한 협상에 응할
준비는 되어 있다.

그러나 이자소득세뿐 아니라 세제전반및 연금수준등 사회정책에 대한 의견
조율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문제를 확대 제기, 혼란을 가중시키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새해들어 조세인하를 통한 회원국간 외국자본및
예금 유치경쟁이 가열되는데 우려를 표명하는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점차
세제통일론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EU의 경우 화폐통합의 실현과 함께 독자적 금융정책권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몇몇 회원국들이 선듯 재정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하는 "조세통일"에 완강하게 반대할 것이라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EU의 통일작업이 또다른 암초를 만난 셈이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