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사이에 퇴근후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다른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90년대 들어 눈에 띄게 늘어 지난
95년 현재 7백만명이 1천5백만개의 일자리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 96년말 현재 2개 이상의 일자리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6.6%로 94년초의 5.6%에서 급증세를 보였다.

노동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직장을 두개씩 갖는 이유는 첫째가
생활비 보충(31%)이고 두번째가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좋아서(16%), 세번째가
빚을 갚기 위해서(9%)이며, "새로운 경험을 갖거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특별한 물건을 사는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가 각각 8%로 나타났다.

4%는 친구나 가족을 돕기 위해, 13%는 그밖의 다른 이유를 들었다.

이처럼 두개 이상의 직장에 나가는 사람들중 58%는 하나의 정규직장과
하나의 시간제 부업을 갖고 있으며 이들의 주평균 노동시간은 48.2시간
이었으나, 1백79만명은 1주일에 50-59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 두번째
일자리의 비중이 매우 큰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71년 이후 5배로 늘어 지금은
전체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남편을 여의었거나 이혼, 또는 별거한 여성들이 이들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중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경제난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21세기로 넘어가면 두개의 직장이 예사로운 일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한 직장에 매달리지 않고 보수나 혜택, 근무시간 등에서 자신
에게 유리한 곳을 택해 이동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계약직, 임시직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10년간 고용주들이 감원으로 수익을 늘린데 대한
반작용이며 고용주들이 정식직원 대우를 않고도 숙련된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태도에 따른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경력관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영컨설턴트인 로저 허먼은 노동자들이 대기업에서도 고용안정을 보장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일종의
자급자족 의식이 생겨났으며 이들은 앞으로 직장을 옮길 때마다 새 고용주
에게 요구할 "개인별 복지혜택" 명세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고용주가 새로 채용하는 노동자에게 제공할 복지혜택의 범위를
대신 결정해 주는 제3자 회사가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변화가 개인의 삶이 전적으로 그 자신에게 달리게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에 불안과 불신을
고조시킬 여지가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