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바쁜 생활에 쫓기다 문득 어린시절을 보냈던 고향을 떠올리곤
한다.

고향은 모든 이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다가 복잡한 도시
생활속에서의 모든 번민과 신산함을 그 큰 아량으로 한껏 포용한다.

강구회.

강원도 강릉고등학교 9회 동기모임도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깝게 지냈던 동기들이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결성한 모임이다.

직장 초년생때는 서로 여유를 내기 어려워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몇년전부터는 모두가 안정된 생활을 하기 시작해 거의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매달 모임에서는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기 힘든 서로의 일상생활을 털어
놓고 옛 추억을 떠올린다.

고향 친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우리 모임은 매년 두번씩 큰 행사를 연다.

어비이날에는 부모님들을 모시고 모임을 갖는다.

지난해에는 한국전력 연수원의 넓은 잔디밭에서 행사를 가졌다.

또 매년 가을에는 부부들끼리 만나 등산을 간다.

모임 구성원들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점이 유일한 공통점일 만큼
서로 다른 개성과 직업을 갖고 있다.

김건우 경희대 상대교수는 운동을 좋아하고 매사에 적극적이어서 우리
모임에 항상 건강한 웃음을 전해준다.

늦둥이 아들을 본 장동진 연대 정외과교수는 과묵하고 성실한 성격이다.

결혼을 조금 늦게한 최종호 산업은행과장도 대표적인 성실파다.

한은섭 한전연수원교수는 학사장교 출신답게 리더십이 남보다 뛰어나다.

우리모임의 주도세력이라 할만하다.

홍금표 새한테이프이사는 과거 필드하키 선수로도 활약한 바 있는 경력이
말해주듯이 건강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안산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승화 사장은 몸이 조금 약하지만 성실한
생활자세로 모두에 귀감이 되고 있는 친구다.

김래원 한의사는 회원들의 건강을 위해 보약을 자주 공급해주는 고마운
회원이다.

세계 각지를 누비며 해외무역업을 하고 있는 김영호 사장은 해외출장을
가는 일이 많아 모임에는 자주 참석하지 못하지만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동료다.

증권업계의 뛰어난 애널리스트인 이찬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실장은
특유의 웃음과 여유로 항상 친구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탁월한 영업능력을 자랑하는 홍두표 한국보증보험 종로지점장과 산업역꾼
으로 자부하는 강수창 대한방직협회부장도 소중한 우리 모임의 일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