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청소년 소설들을 검토할 때마다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주인공이 청소년이지만 소설을 쓴 것은 어른인 경우, 실제 청소년들은 이야기를 읽으며 어떤 기분이 들까. 각자 경험이 다르겠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는 나보다 내 마음을 더 잘 아는 듯한 내용에 넋을 놓고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소설 <시한부>의 작가는 열네 살 중학생 백은별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궁금해졌다. 이 소설을 읽은 성인 독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재밌었을까, 공감했을까, 혹은 외면하고 싶었을까.나쁜 이야기가 아니라 힘든 이야기였다. 주인공 수아의 단짝이었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윤서, 그로 인해 우울증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수아, 학업 스트레스로 불면과 강박에 시달리는 주현……. 주인공 수아는 결국 윤서가 죽은 날로부터 1년 뒤에 죽기로 마음을 먹고, 그렇게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한국의 입시 제도 아래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막막하고 불안한 시절과 감정으로 가득찬 관계의 부대낌을 전혀 느껴본 적 없는 사람도 있을까? "평범한 가정에서 잘 자란 아이도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서처럼 외연적 조건에서 특별한 결핍이 없다는 것이 내면의 고통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늘 알면서도 모른다.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고 싶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황윤서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나에게만 더 괴로운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그러고 싶었다. (p. 137)과거의 나도 의좋고 의로운 친구들과 함께였지만 죽음을 생
"For this was on Saint Valentine’s day When every bird comes there to choose his mate 성 밸런타인데이 날이었다그날 모든 새가 거기로 와 자기 짝을 찾는다네" -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 1343~1400)의 시 <새들의 의회(Parlement of Foules)> 中중세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 불리며 중세 영어의 정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설화집 <캔터베리 이야기>를 쓴 제프리 초서. 그가 1382년경에 완성한 시 <새들의 의회>는 오늘날 우리가 2월 14일을 사랑을 속삭이는 날로 기억하게 만든 신호탄이었다. 700행으로 이뤄진 이 시에서는 모든 새들이 각각 자신의 짝을 찾으려고 신전 앞에 모여 토론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바로 그날이 2월 14일 성 밸런타인 축일이었기 때문이다.초서의 이 시가 나온 이후 밸런타인데이는 문학작품에서 종종 사랑의 날, 연애의 날로 언급됐다. 1840년대에 영국의 한 초콜릿 회사가 밸런타인데이 선물용 초콜릿을 출시하면서 이날 초콜릿을 주고 받는 풍습이 생겼다. 여성이 먼저 사랑을 고백하면서 초콜릿을 주는 문화는 1950년대 이후 일본의 제과업계들이 여성해방운동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면서 정착됐다. 이래저래 2월은 달콤한 달이다. 어떤 면에서는 2월이야말로 진정한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동안의 ‘썸’을 이 초콜릿으로 끝내고 공식적인 연인으로서의 사랑을 시작하려는 달, 겨울이 물러날 기세를 보이고 봄이 오려고 움찔거리는 달,발레계에서 2월은 10대 발레무용수들의 시작점이 되는 달이다. 해마다 2월이면 전 세계 10대 무용학도들이 로잔콩쿠르(Prix de Lausanne)를 치르기 위해 스위스 로잔으로 몰려든다. 1972년에 시작된 이래 권위 있
# 1지금 행성 타이카는 위태롭다. 적의 공격으로 결계가 부서지기 일보 직전, 글자 그대로 풍전등화의 위험에 빠져있다. 타이카의 주권자 실 비스는 절박한 마음으로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 자신들의 행성의 안녕을 바라는 간절한 기도를.하지만 그때 나타난 것은 루시퍼. 소녀에게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강권한다. 실 비스는 절망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 하리라 생각하며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는데 그때 시공의 휘장이 찢어지면서 누군가가 나타나 강력한 힘으로 타이카를 구해낸다.놀라워하는 소녀에게 그는 말한다.너희가 구세주를 바랐는가?이계(異界), 이형(異形)의 소녀여.주권자 소녀는 그가 신이라 여기지만, 그는 유감스럽게도 자신은 그들의 신이 아니라 이우주(異宇宙)에서 주권자의 호소를 들은 딸의 청원을 들어주고자 찾아온 자라고 말한다. 그의 언약은 오랜 시간 후에 이루어질 것이라고도 한다. ‘우주’의 개념조차 알지 못하는 실 비스이지만 구원의 언약을 믿으며 자신이 신이라 생각한 그의 말을 4만 년 후까지 전달하고자 다짐한다.나가노 마모루의 역작 <파이브 스타 스토리> 중에서 아주 적은 분량이 할애된 행성 타이카와 군주 실 비스의 이야기이다.# 2지금 어린 소년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소년의 모든 것이 누군가의 계략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부와 명예와 권력과 아름다운 것들이 파괴되고 어린 소년은 눈물의 호소를 한다. 도와 달라고. 누가 되었건 제발 도와 달라고.그 부름에 응답해 소년의 앞에 등장한 존재는 악마 세바스찬. 세바스찬은 냉혹하고 잔인하게도 모든 것을 잃고 꺼져가는 소년에게 거래를 요구한다. 소년의 영혼을 준다면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