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다고 장땡이 아니다"

"지금 사람들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인맥 위주에서 능력 위주로"

지난 19일 등소평사망 이후 중국관리들이 권력의 향배를 묻는 상사맨들에게
던지는 말종의 일부이다.

현업부서의 중국관리들은 자신들이 즐겨쓰는 관부여관이라는 말까지 소개
한다.

구태여 따지자면 앞에 관은 고급관리를 의미하고 뒤에 관은 협업부서관리
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눈치를 보는 현상에 관심을 가지라는 충고이다.

이 말은 인치사회에 익숙한 상사맨들에게 중국내 인맥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게 기업인들의 해석이다.

중국내에서 과거엔 위아래 사람간의 인간관계가 평가의 기준이었다면
점차 평가의 무게 중심이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김치중 현대건설북경지사
이사)는 것이다.

강택민 국가주석이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하고 이를 위해 "실력있는 경제
관리"를 키워 나갈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상사맨들은 이같은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된다고 말한다.

과거엔 중앙정부의 고위관리를 통해 지방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나 최근엔
이런 방식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윤홍철 제일기획북경사무소장은 "수천년 쌓아온 중국내 관행이 크게 바뀔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제, "그렇더라도 앞으로는 인간
관계 이상으로 사업의 타당성을 중국관리에게 설득시키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경제관리들과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이들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득하고 그들이 "움직일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는게
윤소장의 주장이다.

고위관리가 됐건, 지방 성관리가 됐건 경제를 아는 사람에게 향후 인맥
찾기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이나 유럽지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관리들의 부상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최근엔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성 주요 부서에는 40대후반 사장(우리의 국장)
의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예전 같으면 50대후반이나 60대초반의 원로들이 차지하던 자리들이다.

"신세대 사장"들은 합리성을 벗어날 경우 조직내외의 민원처리에 "칼"
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북경시내 S사의 조모사장은 40대초반 나이에 중국 공안내에서는
드물게 미국유학을 마친 공안간부와 친분을 유지해 오던중 종업원의 북경내
거주문제가 말썽이 돼 그를 찾았으나 대답은 단호했다.

이 공안간부는 "나는 처리해 주고 싶다. 하지만 하급조직이 처리하는 일에
내가 나설 경우 상급기관에 직소하게 되고 나 역시 법을 일탈하면서까지
하고 싶지 않다"고 정중하게 거절하더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이런 중국관리들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강택민 주도하의 중국공산당과 중앙정부 영도(고위급관리)들의 인사이동도
간과할수 없다.

워낙 중앙에 힘이 집중된 사회체제여서 큰 프로젝트의 최종 결정권은 중앙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상사맨들이 당장 관심을 갖는 것은 내년 2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붕
현총리의 후임으로 누가 임명될 것이냐이다.

현재 이람청 공산당중앙위원과 주용기 국무원부총리, 이서환 공산당
상무위원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람청과 주용기는 경제를 아는 사람으로 분류되고 이서환은 정치활동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에대해 이은범 (주)쌍용북경지사상무는 "등이 생존해 있는때보다 등사후
경제발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중국수내부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총리의 후임으로 경제를 아는 사람이 발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향후 인맥찾기도 중앙정부내 경제분야 전문가들에 맞춰져야
한다는게 이상무의 의견이다.

< 북경=김영근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