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과 재정경제원이 증여세와 상속세가 완전면제되는 금융상품을
신설하고 분리과세가 가능한 장기채권.저축상품의 세율을 낮추면서 만기도
줄여 주기로한 것은 여러가지 효과를 기대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즉 사회간접자본투자및 중소기업 지원용 재원 마련차원에서 그간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당하지 않으려고 장롱에 숨겨 놓은 부유층 여유자금을
산업자금화하기 위해 이같은 감면혜택을 부여하기로 한 것으로 볼수 있다.

또 올해들어서도 지난 15일 현재 무역수지 적자가 60억달러를 돌파하는등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경상수지 적자감소와 직결되는 저축률 제고를 위해 기존 원칙을
더이상 고수하지 않는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데 당정이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한보철강 부도이후 바닥에 가라앉은 분위기를 빨리 살려 불황
국면의 장기화를 차단하겠다는 분위기 쇄신 의도도 깔려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문민정부의 최대업적으로서 성역시되어 왔던 금융
실명제.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무오류성" 논리가 뒤늦게 잘못됐음을 자인, 외형상
골격은 유지하되 내용 보완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할수 있다.

그간 신한국당은 금융실명제및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로 과소비가 만연돼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거액자금을 사장시키는등 부작용이 컸다는 점을
들어 무기명 SOC채권 발행등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재경원은 이같은 논의가 금융실명제의 기본정신을 침해
하는 것이라고 규정, 기명조건의 SOC채권에 한해 발행을 허용한바 있다.

증여세와 상속세가 면세되는 상품 신설로 미성년자에게는 기존의 허용분
(5년간 1천5백만원)을 포함, 5년간 모두 6천5백만원(원금기준)까지 증여및
상속세를 한푼도 물지않고 물려줄수 있게 됐다.

이에따라 고소득층의 여유자산이 금융기관으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경원은 근로자우대저축신설및 장기주택마련저축 가입대상 확대등을 포함,
이번에 새로 발표한 저축증대유인조치로 연간 1천1백억원 안팎의 세수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혀 적지 않은 무리를 감수한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러가지 효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비난을 들을 소지가 크다.

무엇보다도 "경제위기"를 이유로 금과옥조처럼 지켜온 금융실명제와 금융
소득종합과세의 도입정신을 크게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금융소득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세금을 더내라는 문민정부의 초기 개혁
정신이 온데간데 없어진 것만으로도 개혁기조의 후퇴라고 평가할수 있다.

이와함께 올해 경제정책 기조가 시행 한달만에 무너지고 있는 점도 문제
이다.

재경원은 당초 올해 세수 감소를 우려,최대한 추가감세조치를 억제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이번엔 부유층에게까지 감세조치를 내렸다.

정부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기득권계층을 끌어안기 위해 특혜를 베풀었다는
비난을 불가피하게 듣게 됐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