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뒤를 이어 경영을 맡은 것이 91년입니다.

초기엔 "첨단업종으로 바꿀까"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패션산업의 묘미를
느끼게 됐죠.

앞으로 전세계인이 사랑하는 상표와 우리업체가 해외로 뻗어나갈 터전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동양어패럴 박명수사장(40)은 96년초 프랑스 패션디자인업체 마틴 싯봉사
인수로 패션계에 충격을 던진 인물.

셔츠제조업체로만 알려진 회사가 기존업종도 아닌 여성 캐릭터캐주얼에
진출해 프랑스패션계 20위권에 드는 유명회사를 인수했다는 것이 그 충격의
원인이었다.

박사장은 이에 대해 "국내패션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있었지만 일본인들이 하듯 외국 유명브랜드를
키우면 패션계에 자국 이미지를 심는 첩경이 되고 궁극적으로 우리 업체의
해외진출에 유리해진다"는 생각을 밝혔다.

동양어패럴이 출범한 것은 60년대초.

대구에서 부친 박하설회장(64)이 와이셔츠제조사를 설립(동양봉제)했으며
83년 서울로 진출해 86년 라이선스제조를 시작했다.

현재 "니나 리치" "찰스 주르당" "랑방"(라이선스) "시저스"(자체상표) 등
와이셔츠 4개브랜드와 "찰스 주르당 남성복"(동양엔터프라이즈사)을 만들고
있다.

96년 마틴 싯봉을 인수하면서 만든 마틴 싯봉 코리아와 파리 마틴
싯봉사를 합하면 모두 4개업체가 있다.

"토털 패션업체를 꿈꾸다보니 여성복진출은 당연한 결론이었습니다.

마틴 싯봉인수는 10년이상의 장기계획을 염두에 두고 해낸 사업입니다.

초기 몇년은 투자와 이미지구축의 시기로 보고 이윤은 5년후에야 기대할
생각이죠"

동양어패럴은 경영권을 인수한뒤 3천만 프랑을 투자해 매장확장과
서브라인사업을 진행중이다.

국내매장은 3월에 문을 여는 갤러리아백화점매장을 비롯 3곳을 열
생각이다.

대중적인 서브라인 런칭을 위해 국내 패션계 히트메이커로 꼽히는
"미샤"의 임소숙씨를 스카우트해 마틴 싯봉과 함께 작업토록 하고 있다.

박사장의 궁극적인 꿈은 패션명가.

당장의 이익보다 이미지를 더 소중히 여겨 세계무대에서 인정하는 업체로
키우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