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는 해마다 12월 들어서면서부터 우리나라를 찾아와 해안이나
농경지 저습지 연못 하천에서 무리지어 겨울을 나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께가 되면 각각 짝을 지어 북쪽 시베리아 지방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둥오리는 기러기목에 속하고 한국 일본 중국 시베리아 지방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이다.

수컷은 머리가 청록색이고 앞가슴은 짙은 밤색에 몸전체는 엷은 회색을
띠며, 암컷은 머리가 흑갈색이고 몸은 전체적으로 갈색에 꼬리에는 하얀
기운이 감돈다.

날 때에는 암수 모두 날개에 넓고 푸른 띠가 있으며 그 둘레에 하얀 테가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몸은 그리 크지 않지만 아름답고 부드러운 자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감을 느끼게 한다.

석양녘 붉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떼지어 날으는 청둥오리의 나래짓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한반도의 겨울 들판에 부드러운 움직임과 풍광미(풍광미)를 한껏
더해주고 있다.

올해는 특히 많은 청둥오리들이 우리땅에서 겨울을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런지 철새 전문가이자 북한문제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사람이 굶주리고 있는 땅에 어찌 철새가 먹을 낟알이
있겠느냐"는 대답이다.

함경남북도 강원도 북부의 논밭 및 저수지에 날아들던 청둥오리가
먹이를 찾아 대거 월남했다는 것이다.

70년대 중반이후 추진된 계단식 다락밭 조성으로 북녘의 삼림이
황폐화되고, 표토층의 유실로 날짐승이 먹을 열매와 벌레조차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편으로는 남녘사정이 걱정된다.

철새가 즐겨 찾는 농경지와 야트막한 동산 및 저수지 등이 곧잘
주거단지로 바뀌고 있고 철새 남획은 물론 보신용으로 잡아먹는 몰지각이
사회구석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전세값 및 아파트값을 올려받을 요량으로 주민들이 담합하여
현수막을 내거는 세태에 청둥오리에게 볍씨값 올려받자는 데모는 없을까
부질없는 걱정마저 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