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취임 4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청와대는 시종 착잡한
가운데 초조함마저 감도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마치 대학시험을 하루 앞둔 수험생기분"이라고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했다.

25일 오전9시30분 전국에 TV생중계로 방송되는 김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앞두고 과연 담화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투영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국민담화를 통해 과연 민심 및 시국수습의 가닥을 잡을 수 있겠느냐에
대한 초조감이 배어있다.

그만큼 이번 취임4주년 대국민담화는 실타래처럼 풀어진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게 청와대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인식이다.

김대통령 역시 이날 "매우 착잡한 모습이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김대통령은 평소와 다름없이 30분간 새벽조깅을 했으나 평소와 달리 아침
일찍 본관 집무실에 등청, 의전수석실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는 후문이다.

김광일 비서실장은 "김대통령께서 오늘 내가 여기(청와대)에 온 이후
처음으로 나보다 먼저 등청하셨다"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여권의 예비대선주자 및 신한국당 고문 등을 차례로
청와대에서 독대한 것을 비롯,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폭넓게 만나
현시국에 대한 의견을 듣고 민심 및 정국수습방안을 가다듬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23일에는 가족예배를 보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온 차남 현철씨와 만나
그의 거취를 포함한 여러가지 문제를 놓고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비서실내 각수석실별로 제출한 시국수습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토대로 김대통령이 주요 내용에 대한 최종 결심을 어떻게 했는지 오늘
담화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담화는 어느 때보다도 "진솔한 심정"과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간곡하게 호소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한다.

노동법파동과 한보사태로 국정의 난맥상을 보인데 대해 겸허하게 자성하고
측근들의 부정부패와 차남 현철씨의 연루의혹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사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철씨의 향후 거취문제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한보사태에서 나타난 정치권비리와 관련, 정치민주화를 위해 공정한
대선관리를 선언하고 정치제도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담화문에는 크게 <>노동법파동 및 한보사태 등 시국현안에 대한 입장
<>여권대선구도 가시화 및 12월대선관리 <>경제살리기 <>황장엽 북한노동당
비서 망명 및 이한영씨 피격사건에 따른 안보문제 <>국정쇄신방안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청와대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이번 담화에서는 현시국에 대한
김대통령의 진솔한 마음이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며 "시국을 풀어가기
위한 방향제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담화발표에 이어 국정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3월초 내각 및
청와대비서진, 신한국당에 대한 대대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