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찬명예회장(코오롱그룹명예회장)은 "나같은 이가 15년 동안이나
경총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어 국내 노사관계가 이 정도 밖에 발전하지
못한 것 같아 면구스럽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봉사로 생각해 메달려온 노동법이 재개정되기 직전에
물러나니 아쉬운 생각도 든다"고도 했다.

이회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인터뷰 중간 중간 옅은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이회장은 새로 뽑은 김회장에 대해 "지난 10여년간 경총 부회장을
맡으면서 누구보다 열의가 있고 능력도 뛰어난 사람"이라며 "김회장에게
선친(고김용주 경총초대회장)이 씨를 뿌린 경총의 꽃을 피워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주요했다고 선임 뒷얘기를 전했다.

사용자를 대표하기엔 전방이란 기업규모가 작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이회장은 "본인도 그 이유 때문에 고사해왔었다"며 "그러나
전경련 등 경체단체들이 절대로 경총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도록 협조하겠다고 약속해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위기에 처방을 주문받은 이회장은 "지금은 위기 정도가
아니라 총붕괴직전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립적 노사관계가 계속되고
임금이 안정되지 않으면 내일이라도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점에서 작년말 개정된 노동법이 절차상의 문제로 노동계의
총파업을 불러 일으키게 됐을 때 가장 안타까웠다고.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