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24일 노동관계법에 대한 야당단일안을 확정,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여-야 단일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 됐다.

현재 여-야간 핵심 쟁점사항은 대체로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복수노조,
대체근로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및 무노동-무임금 등 6가지로
요약된다고 볼 수 있다.

국회에서는 이들 쟁점사항을 다룸에 있어 무엇을 양보하는 대신 무엇을
얻어내겠다는 주고 받기 식의 정치논리로 해결된 성격의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소위 21세기의 초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경쟁력강화 차원에서
사명감을 갖고 여-야간 심사숙고 하에 노동법 개정단일안을 내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먼저 정리해고제 도입문제를 보면 야당은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정리해고
조항을 완전 삭제하고 근로기준법 대신 해고요건을 엄격히 강화하는 특별법
형태로 법제화하자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대법원 관례를 준용, 긴밀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정리해고를 할 수 있게 법제화하자는 입장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근로자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 제도의 법제화는 결국 법 시행령에 묶여 해고가 사실상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를 굳이 법제화할 필요가 없다.

이미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정리해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에서 정리해고의 법제화를 반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반대한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컬하다.

둘째, 복수노조 허용문제인데 야당은 상급단체의 복수노조를 즉각
허용하고 단위 사업장은 5년 유예하자는 당초 노개위 합의안을 수용한
것인데 여당도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총과 민노총 등 당초 강경입장에서 벗어나 조건부 양보
의사를 밝혀 어느 정도 의견수렴이 가능하다.

따라서 그동안 논란의 초점이 되었던 복수노조 허용문제가 노동법 개정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변형근로제의 경우 야당도 굳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단지 변형근로시간의 폭에 여-야간의 이견이 있겠으나 변형근로제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집중적으로 근로시간을 투입할 경우가 발생할 때 필요한
제도이며 근로자의 경우도 업무가 있는 경우에는 일하고 한가할 경우에는
휴일을 더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 제도야 말로 노사 공히 유리한 제도이다.

대체근로제에 대한 여야간의 입장을 보면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이 역시 대체근로자 폭에 이견이 있을 뿐이다.

사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대체근로의 폭이 상당히 넓게 인정된다는
점을 참고하여 이에대한 여-야 단일안이 나와 주길 바란다.

노동계와 기업측간에 상호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쟁점사항이 전임자
급여지급 문제와 무노동-무임금에 대한 점이라 볼 수 있다.

경영계에서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와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고 반면 노동계에서는 복수노조를
포기하더라도 이를 어떻게든 얻어야겠다는 것이다.

이제 이 두 쟁점사안은 국회의 노동법 재개정작업에 넘어갔다.

국회는 이 두안에 임함에 있어 누구를 봐주기 식이라든가 누구의 의견을
전폭 수용한다던가 하는 정치적 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풀어야 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즉시 금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생산현장을 벗어나 노조활동만 하는 사람에 기업이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며 복수노조 허용시 무절제한 노조 난립과
노조의 강성화로 노사 평화에 치명적이 된다.

둘째, 무노동-무임금 원칙은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틀이라는 점에서
법제화가 당연하다.

일을 하지 않으면 임금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상식이다.

뿐만 아니라 이 원칙의 무시는 위헌적 요소마저 갖고 있다.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점점 치열해질 국가간 생존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선진국들은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후진국들은 선진대열로 도약하기
위해 경쟁력 강황 혼신의 힘과 정력을 쏟아 붓고 있다.

미래를 대비한 몸부림은 선.후진국 가릴것 없이 철저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부디 정치권은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보고 21세기에 한국경제의 위상이
어디에 있어야 되는지를 고려하여 이번 노동법개정에 임하여 주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