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대통령직을 맡은지 만 4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뜻깊은 날 저는 참으로 괴롭고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나라 전체가 "한보사건"으로 인한 충격에 휩싸여 있습니다.

더욱이 여야의 중진 정치인 뿐아니라 저의 가까이에서 일했던 사람들까지도
부정부패에 연루되었으니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유야 어떠하든 이 모든 것은 저의 부덕의 결과입니다.

대통령인 저의 책임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를 더욱 괴롭고 민망하게 하는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제 자식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진실여부에 앞서 그러한 소문이 돌고 있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크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
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매사에 조심하고 바르게 처신하도록 가르치지 못한 것 제 자신의 불찰
입니다.

만일 제 자식이 이번 일에 책임질 일이 있다면 당연히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할 것입니다.

또한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일체의 사회활동을 중단하는 등
근신토록 하고 제 가까이에 두지 않음으로써 다시는 국민에게 근심을 끼쳐
드리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의 비상시국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전환하기 위해 우선 한보 사건에
대한 관련자들은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그 누구라도 사법적 책임을 철저
하게 가려서 단죄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책임정치와 책임행정의 구현을 위해 정책차원에서 "한보사건"의
원인과 경위를 밝히고 관계자들의 정치적.행정적 책임도 물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앞으로 1년간 <>부정부패 척결 <>"경제
살리기"에 총력 경주 <>안보태세 강화 <>차기 대통령선거 공정관리 등
4가지 과제의 해결에 진력하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평생을 명예로운 민주화 투쟁에 바쳤고 이제 문민시대의 대통령으로서
제게 무슨 사사로운 욕심이 있겠습니다.

저는 오늘 임기 1년의 대통령직에 새로 취임하는 심경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