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책] 김지원 저서 '사랑의 예감' .. 고독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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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서강대 교수 / 영문학>
일반 대중들은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무조건 믿고 책을 사서 읽는다.
그러나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독자들의 귀중한 시간을 보상해 주지는
못한다.
그것은 엄격한 가치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유행이나 도피적인 감정, 그리고 깨닮음과 "감정교육"과는 무관한
오락적인 요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식있는 지식인들은 이러한 경우를 두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그레샴의 법칙을 적용하기도 한다.
견실한 내용을 가진 책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면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하고 그것마져 사시로 보는 경향또한 없지 않다.
김지원이 쓴 "사랑의 예감(97 이상문화상 수상작)"의 경우에도 그렇게될까
두렵다.
수상작인 "사랑의 예감"은 운명적으로 외상을 입고 단절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스스로 느끼는 고독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작가 김지원이 뿌리뽑힌 채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모여 아무런
의미없는 일상적인 일에 대해 천덕스러울 정도로 수다를 떠는 것을
단순히 천한 것으로만 보지 않고 그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승화시켜
그 속에서 서로간의 고독을 메꾸어 주려는 "사람의 예감"을 발견한
것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인 동시에 겸손한 사랑의 결과다.
특히 작가가 고독의 치유와 "사랑의 예감"을 인간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뿌리의 상징인 조국과 근원적인 상징인 "꿈 속", 그리고 바다의 이미지에서
찾으려는 것 또한 범상치 않은 문학성을 지니고 있다.
혹자는 1부와 2부가 단절감이 있다지만 그것은 주제를 간접적으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은 언어적인 측면에서나 플롯면에서 이 작품이 단절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연결된 신화적인 뿌리에 투영된 통일성은 그것을
극복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러한 심층적 구조를 찾는 것은 주의깊은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문학에 훈련받은 독자라도 어렵겠지만, 정독해서 읽으면 홈스펀으로
짠 언어속에서 나타난 순수한 현실의 아름다움과 함께, 여명처럼 밝아오는
삶의 진실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
일반 대중들은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무조건 믿고 책을 사서 읽는다.
그러나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독자들의 귀중한 시간을 보상해 주지는
못한다.
그것은 엄격한 가치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유행이나 도피적인 감정, 그리고 깨닮음과 "감정교육"과는 무관한
오락적인 요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식있는 지식인들은 이러한 경우를 두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그레샴의 법칙을 적용하기도 한다.
견실한 내용을 가진 책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면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하고 그것마져 사시로 보는 경향또한 없지 않다.
김지원이 쓴 "사랑의 예감(97 이상문화상 수상작)"의 경우에도 그렇게될까
두렵다.
수상작인 "사랑의 예감"은 운명적으로 외상을 입고 단절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스스로 느끼는 고독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작가 김지원이 뿌리뽑힌 채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모여 아무런
의미없는 일상적인 일에 대해 천덕스러울 정도로 수다를 떠는 것을
단순히 천한 것으로만 보지 않고 그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승화시켜
그 속에서 서로간의 고독을 메꾸어 주려는 "사람의 예감"을 발견한
것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인 동시에 겸손한 사랑의 결과다.
특히 작가가 고독의 치유와 "사랑의 예감"을 인간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뿌리의 상징인 조국과 근원적인 상징인 "꿈 속", 그리고 바다의 이미지에서
찾으려는 것 또한 범상치 않은 문학성을 지니고 있다.
혹자는 1부와 2부가 단절감이 있다지만 그것은 주제를 간접적으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은 언어적인 측면에서나 플롯면에서 이 작품이 단절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연결된 신화적인 뿌리에 투영된 통일성은 그것을
극복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러한 심층적 구조를 찾는 것은 주의깊은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문학에 훈련받은 독자라도 어렵겠지만, 정독해서 읽으면 홈스펀으로
짠 언어속에서 나타난 순수한 현실의 아름다움과 함께, 여명처럼 밝아오는
삶의 진실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