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에 조직개편 바람이 거세다.

개방화 자유화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조직수술이 우선
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시장한계상황이 예상되는 생보업계는 과감히 유사업무조직을
통폐합하고 손익관리 중심으로 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

인원정리도 여기저기서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이다.

생명보험업계가 조직축소의 개편인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확대지향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본사관리조직을 슬림화하는 대신
일선 영업현장 조직을 확충하고 있는 것.

외국 보험사들이 적은 사업비를 써가며 소수정예조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에 자극받아 국내 보험사들이 "최소의 경비로 최대한의 성과를"
이란 교과서적인 조직경영에 뒤늦게 눈을 뜨고 있다고 보험전문가들은 지적
했다.

앞으로 어떤 조직을 갖추느냐가 치열한 보험시장의 생존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으로 이들 전문가는 예상했다.

대대적인 보험사 조직개편의 신호탄은 삼성생명이 지난해 대리급들이 맡던
일선 영업소를 과장급 체제로 점포대형화를 추진하면서부터.

이어 신설 생보사인 국민생명이 올초 영업국과 영업소란 보험영업의 기본
조직라인을 철폐하고 육성국 등의 3개 전문국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생보사의
조직개편은 줄을 잇고 있다.

신한생명은 기존의 관리단을 지역영업본부로 전환시키고 본사의 권한을
대폭 이양했다.

지역실정에 맞는 유연한 시장밀착식 영업으로 고객확보에 전환기를 마련
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생명은 전년도 경영실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구지역본부를 영남지역
본부에 흡수통합하고 지역본부장이던 임원 2명을 경질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또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대리들의 결재권을 없애고 실무에 전진배치했다.

동양생명은 사업비 절감을 위해 설계사 모집정원(TO)제를 전격도입했다.

종전의 대량도입 대량탈락이란 증원방식에서 탈피, 종전 월평균 1천5백명
이던 설계사 등록인원을 월 6백명으로 한정해 각 총국별로 배정하고 있다.

신설 생보사들이 불필요한 설계사 재원까지 등록시켜 교육훈련비용을 낭비
하던 비효율성을 개선하지 않고선 사업비 초과및 지급여력 만성부족이란
현안을 해결할수 없다는 절박감을 조직개혁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태평양생명은 부실 외야조직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점포 대형화를 추진,
경쟁력 강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BYC생명은 사업비절감 경영효율개선을 통한 수지개선을 목표로 뛰고 있다.

최근 대기업에서 신설생보사들을 대상으로 기업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사전 집안단속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산업이 더이상 흐르는 물이 아니듯 보험사들도 격류에 침몰하지 않고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변신의 몸부림이 더욱 세지는 형국이다.

선두그룹 손보사인 현대해상의 조직파괴 움직임은 올들어 강력한 무게중심이
영업현장에 실리는 쪽으로 거세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 1월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본사조직을 대폭 슬림화
했다.

일반보험의 영업.업무는 통합했다.

마케팅기능의 전문성을 도모하기 위해 보험종목별 전략기획팀을 신설하고
지역본부제를 확고히 다졌다.

현대해상 송영빈 기획실장은 "대리점 영업팀을 지점화시키고 일반보험 장기
보험 자동차보험 부문으로 나누어 각각 마케팅기능을 담당하는 전략기획팀을
신설한 것은 공격경영을 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익 사장이 이끄는 동양화재도 작년의 서열파괴 인사조치에 이어 올해초
에 2단계 조직개편을 단행,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재특종업무부 해상항공업무부 손해사정부 위험관리팀 해외사업팀 등 기업
보험관련 업무부서를 기업보험 본부에 편입시키면서 영업과 업무를 동일
본부장 산하에 뒀다.

특히 사장직속으로 "마케팅 전략 소위원회"를 정식기구화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방침이다.

LG화재는 종전 1백9개이던 부서를 1백17개 부서로 8개나 늘리는 등 확대
지향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제일화재도 본사및 후선관리부서를 슬림화하고 여기서 나온 인원을 영업
현장에 전진배치하는 영업현장 위주의 조직개편을 계속하고 있다.

손보사들의 이같은 시장점유율 확대정책은 자동차보험 장기운전자보험
개인연금 등 개인보험고객을 꾸준히 늘려 손익개선의 축으로 삼겠다는
포석에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