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건설 얘기만 나오면 거부반응부터 보이는 것이 우리 국민정서다.

지난 80년대말 분당등 5개 신도시가 충분한 검토없이 졸속으로 건설되면서
그로 인한 갖가지 부작용의 악몽을 떨쳐버릴수 없기 때문이다.

건교부가 지난 27일 제시한 택지개발 계획도 그런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 8개지구 3백만평을 비롯 전국 14개지구 3백50만평을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새로 지정, 인구 40만명을 수용하는 11만가구의 주택건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개발계획 수립및 승인절차 등을 거치자면 98년 하반기부터 본격 개발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난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주택공급확대를
통한 주거환경개선과 집값안정을 꾀하는 것은 당연하고 불가피한 선택이다.

또 이번 계획은 과거 신도시건설에 비해 규모가 작고 과거의 경험이
참고가 될 것이기 때문에 신도시악몽까지 들출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도시개발은 한번 잘못되면 고치기 어렵고 수많은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우선 계획단계에서부터 보다 완벽하고 균형잡힌 도시기능이 부여되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예컨대 교통이나 환경문제 등은 물론이고 주거뿐아니라 기반.편익시설이나
상업시설을 고루 갖춘 자족도시로 개발하는 것이다.

벌써 발표된 일부 지역은 주거환경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용수부족이 심각하다든가,교통체증이 우려된다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보완하는 데는 충분한 검토와 광범한 의견수렴이필수적이다.

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수도권 개발계획과의 조화문제다.

주택난해결을 위해서는 택지개발이 불가피하지만 한편에서는 수도권집중을
심화시키는 결과도가져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95년 인구-주택 총조사"결과를 보면 수도권인구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45.3%를 차지해 전년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자칫 잘못하면 수도권 비대화와 주택난의 악순환만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땅값상승과 이로인한 부동산투기재현
우려다.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맨먼저 춤추는 것이 땅값이다.

개발대상 토지는 수용 등의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주변
토지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건교부가 지난1월1일을 기준으로 고시한 표준지 공시지가는 1년전에
비해 오른 지역이 크게 늘어나 가뜩이나 땅값상승이 우려되는 판국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사회분위기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집값을 잡으려다 땅값을 올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위기로까지 설명되는 어려운 경제상황은 부동산 투기열풍까지 가세될
경우 그야말로 헤어 날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균형된 도시개발의 모범사례를 만들도록
정책당국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을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