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구로공단등지에 가보면 공장건물 일부를 사용하는 직매장을 흔히
볼 수 있다.

비수기 공장가동율을 높이고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업체들의
자구책이다.

바로 이 공장직매장의 원조로 자부하는 기업이 있다.

경인고속도로 부평인터체인지에서 부평공단으로 빠지면 청천동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신사복제조업체 세우가 바로 그 업체이다.

이회사의 직매장 설치는 지난 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부분 OEM생산을 하며 연간 50억원대의 적지않은 매출을 올리던
이회사의 황규인사장은 계절이 바뀌는 철만 되면 고민에 빠지곤 했다.

대기업의 주문이 형편없이 떨어져 생산시설을 일시 놀리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었다.

황사장의 고민은 기발한 발상으로 이어졌다.

공장일부를 개조해 20평규모의 아담한 직매장을 만든것.

이때 신사복 "미켈란젤로"라는 자기상표도 개발해 판매에 들어갔다.

시중 최고급제품과 손색없는 신사복에 유통마진을 없애고 30%이상 싸게
내놓자 인근에서부터 원거리에서까지 손님이 몰려왔다.

당시 이 직매장에서 연간 13억원 가량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50억원 매출의 회사가 자기상표로 이정도면 놀라운 성공이었다.

소문이 꼬리를 물자 신사복업계에서 이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었고
황사장은 생산시설까지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진도, 세계물산등 의류업체의 공장직매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이즈음부터다.

세우의 직매장은 최근까지 매달 3억원씩의 매출 급신장을 기록했고 이에
힘입어 생산시설도 쉼없이 돌아가고 있다.

황사장은"중소기업의 자기상표라도 고급신사복을 싸게 팔면 소비자는
장소에 구분없이 몰려든다는 사실을 체험했다"며"미켈란젤로 신사복으로
전국 판매망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장직매장의 성공이 결실을 거둬 회사의 성장.발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구성을 보면 공장직판장과 전국 18개 대리점에서 1백억원,
OEM방식으로 1백억원등 2백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미켈란젤로" 신사복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앞으로 자기상표의 매출이
OEM을 크게 앞지를 전망이다.

공장도 3백명의 종업원에 3개 생산라인을 갖추고 월 2만세트의 신사복
생산시설을 갖췄다.

이 회사는 최근 공장 맞은편 3백평부지에 연건평 6백평규모의 현대식
직매장을 새로 지어 운영에 들어갔다.

20억원을 들여 서울 강남의 여느 쇼핑센터 부럽지 않은 첨단시설을
갖춰놓은 이 직매장으로부터도 한달평균 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일산과 중동등 신도시에도 품질좋고 값싼 신사복
양판점을 설립할 계획이다.

황사장은"고객이 부담없이 좋은 신사복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직매장을
운영하는게 목표"라며"국산 신사복 품질이 외제보다 낫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게 바람"이라고 말한다.

[ 인천=김희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