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재능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남들은 다 섹시하고 간결한 옷을 만드는데 나혼자 알록달록하고 실루엣도
늘어지는 옷을 만들었죠.

좋아서 택한 길이지만 "감각이 좀 뒤지지 않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칭찬을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감을 갖고 제 스타일을 지키게 됐죠"

니트디자이너 이경원씨(35).

70년대식 편물옷인가 하면 야성적인 짚시를 떠올리게도 하고 때로는 잔뜩
멋부린 17살 처녀를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옷으로 유명한 사람.

유행과 관계없이 자기 스타일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그가 최근 "빛을 보고"
있다.

96년 9월 파리 프레타포르테전에 참가했다가 편집매장 "레끌레르"의
아르망 하디다 사장의 눈에 띄어 8월부터 물건을 보내기로 한 것.

"레끌레르"는 이세이 미야케, 콤데 가르송, 드리스 반 노튼, 알렉산더
매퀸 등 일급 디자이너 10여명의 옷을 판매하는 곳.

입점 자체가 성공의 척도로 여겨질 만큼 유명하다.

프랑스외에 일본에도 매장을 두고 있다.

올 10월에는 한단계 높여 프레타포르테컬렉션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것 또한 현지 홍보관계자의 권유로 이뤄진 일.

파리 현지의 반응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름답다"는 것.

유명 니트브랜드인 소니아 리키엘, 미소니의 옷이 틀에 사로잡혀 변화가
없는데 비해 창의적이어서 좋다는 평도 들었다.

그가 처음 니트에 손댄 것은 85년.

이화여대 장식미술과를 졸업한 뒤 은진니트라는 작은 회사에 취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작은 회사여서 직조부터 재봉까지 니트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다.

88년에 프로모션업체 "가원기획"을 시작했다.

93년부터 "뉴웨이브 인 서울" 컬렉션에 참가했으며 95년에는 "아가씨"
브랜드를 만들었다.

올 들어서는 국내매장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명동의 트렌드20과 갤러리아백화점 2곳뿐이었지만 대중성과 매출에 신경
써야 하는 시장구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

그러나 20여업체에 대한 납품과 연예인 등 일부고객 맞춤은 계속하고 있다.

일차적 목표는 첫발을 들여놓은 해외무대에 최선을 다하는 것.

곱고 여성적인 "아가씨"를 통해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게
그의 꿈이다.

<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