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재개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있는
상황에서도 회사발전에 공동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노사화합결의대회를
갖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경기침체로 인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기업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질뿐아니라 고용안정을 위해서도 경쟁력 강화가 필요
하다는 위기의식을 노사가 공감하고있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일 노동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쌍용자동차를 비롯 두산기계
동국제강 한라건설 고려제강 기아자동차 효성중공업등 10여개 대기업
관련 노조와 사용자가 노사화합결의대회를 잇달아 열고 산업평화 정착
과 생산성 향상등 기업경영 활성화에 함께 힘을 쏟기로했다.

또 자동차부품업체인 명신산업이 노사결의대회를 4일 개최키로 합의
하고 행사를 준비중이고 인조피혁업체 우리화학이 대회를 여는등 중소
기업들의 움직임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있다.

특히 요즘 결의대회에서는 상호 대립관계가 아닌 신뢰의 분위기가
조성돼 노조가 "무교섭.무쟁의.무파업"을 먼저 선언하거나 회사의 어
려운 여건을 감안,올임금을 회사 결정에 맡기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히
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라건설노조의 경우 지난달 25일 올해는 노사교섭을 거치지 않고
임금협상을 타결짓기로 결의한뒤 다음날 노사대표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화합결의대회를 갖고 올 임금인상 결정권을 회사에 일임했다.

동국제강 노사는 지난달 25일 인천제강소에서 "97임금동결선언대회"를
가졌다.

이날 서복호 노조위원장은 포항공장 신기술도입에 따른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올 임금을 동결한다고 선언하고 회사측에 근로자 고용안
정과 삶의 질 향상에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쌍용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20일 김석준쌍용그룹룹회장과 노사대표 80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택공장에서 "21세기를 향한 노사공동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박태석 노조위원장은 노조설립이후 10년동안 노사간 불신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회고한뒤 불신과 투쟁에 의존하던 시대를 뒤로 하고
조합원의 진정한 지위향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새출발하겠다고 다짐
했다.

이 회사 노조는 삼성인수설이 한창 나돌던 지난 1월23일 긴급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격주토요
휴무를 반납하며 전사원이 품질 및 생산성향상에 나서기로 결의한 바 있다.

두산기계 노사는 지난달 6일 병점공장에서 노사공동체선언결의대회를 갖
고 무쟁의,임금협상 회사일임,생산성향상 등을 결의했다.

이밖에 기아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11일 소하리공장에서 "현장밀착경영업무
보고대회"를 가졌으며 자동차부품업체인 대우공업은 지난달 27일 당진공장
에서 노사화합결의대회를 갖고 올 임금인상을 회사측에 일임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