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총리가 구상한 "멀티미디어 슈퍼회랑"은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남쪽에 건설중인 "푸트라자야" 신행정수도를 거쳐 신공항에 이르는 지역에
걸쳐 자리잡는다.

50km에 이르는 이 회랑은 싱가포르의 면적과 거의 같은 크기다.

한국의 서울규모와 비슷하다.

말레이시아는 우선 신 행정수도에서 싱가포르를 앞지르는 완벽한 사이버
공간을 연출할 계획이다.

완공때까지 80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신도시에는 내년에 첫 관공서입주가
이뤄진다.

이 곳에 들어갈 말레이시아의 모든 정부부처와 공기업, 대기업본사와
외국기업 등은 첨단정보통신설비로 연결된다.

동시에 고속전철과 자동차전용도로를 거미줄처럼 깔아 물류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신수도 바로 옆 "사이버자야"지역에는 외국정보통신 기업들의 현지공단이
조성된다.

신수도를 미래형 첨단업무도시로 만드는 과정에서 21세기 정보통신사업을
주도할 세계적인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나아가 이들의 해외투자를
"사이버자야"로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유치업종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에서부터 PC판매상에 이르기까지
정보통신산업 전체를 망라한다.

말레이시아 정부차원에서 추진될 몇몇 사업도 싱가포르의 복사판이다.

전자정부프로젝트와 함께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엮어지는 재택교육시스템,
가정과 병원을 인터넷으로 엮는 "텔레메디신" 등.

마하티르는 무턱대고 공단을 짓는다고 해서 첨단산업과 외국기업들이
몰려들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첨단공단은 첨단업무도시, 즉 사이버공간과 함께 엮어져야 이른바 차세대
기업들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이는 싱가포르의 성공에서 배운 교훈이다.

당장 신행정수도의 정보인프라만으로도 세계굴지의 정보통신업체들엔
군침도는 사업이다.

"신수도가 완성되면 아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효율적인 도시가
될 것입니다"

사업단장 모하메드 아리프 넌씨의 얘기다.

이웃 싱가포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들린다.

정보통신산업과 연관된 서비스업체들 금융기관들의 유치에도 정부차원에서
나선다는 마하티르의 전략은 싱가포르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말레이시아의 야심은 만만치 않지만 극복해야할 과제는 많다.

무엇보다 80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문제다.

과연 마하티르의 기대대로 세계의 하이테크 기업들이 이 곳으로
몰려들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비전은 확실하다는 것이 말레이시아측의 주장이다.

첫 반응은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로부터 나왔다.

역시 구세주는 빌게이츠.

지난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동남아 기지를 이 곳에 두겠다고 발표한
것은 마하티르총리에겐 천군만마와 같은 응원군이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