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다 그치다 하는 나이,
그 겨울 저녁에 노래부른다.
텅 빈 객석에서 눈을 돌리면
오래 전부터 헐벗은 나무가 보이고
그 나무 아직 웃고 있는 것도 보인다.
내 노래는 어디서고 끝이 나겠지,
끝나는 곳에는 언제나 평화가 있었으니까.

짧은 하루가 문닫을 준비를 한다.
아직도 떨고 있는 눈물의 몸이여,
잠들어라,혼자 떠나는 추운 영혼,
멀리 숨어 살아야 길고 진한 꿈을 가진다.
그 꿈의 끝 막이 빈 벌판을 헤매는 밤이면
우리가 세상의 어느 애인을 찾아내지 못하랴,
어렵고 두려운 가난인들 참아내지 못하랴.

시집 "이슬의 눈"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