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1월중 산업활동동향은 갈수록 깊어지는 불황의 실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확인시켜 준다.

생산둔화와 소비위축이 더욱 심화되어 제조업가동률은 4년만에 최저치인
77%대로 떨어졌고 도소매판매는 12년만에 최저수준인 1.4% 증가에 그쳤다.

실업률은 2.6%로 급증했는가 하면 투자지표의 하나인 국내기계 수주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7.5%나 감소했다.

연초부터 노동법개정을 둘러싼 파업사태가 있었고 여기에 한보철강
부도처리의 여파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음을 감안할 때 예기치 못한 사태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충격적으로 느끼는 것은 예상보다 침체속도가 빠르고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켜주기 때문이다.

일본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가격경쟁력약화나 국가신용도의 하락,
국내 금융시장의 경색, 정치불안 등 국내외 여건은 어느것 하나 밝은 구석이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경기회복은 어렵더라도 더 이상의 급속한 추락은 막아야 한다.

최소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력 유지는 필요하다.

물론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책을 찾기도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수요를 진작시키는 것일 테지만 물가불안우려 말고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더구나 고비용-저효율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공산이 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두고만 볼 수도 없으니 실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있다면 그것은 분위기를 쇄신하는 일이다.

한보사태를 둘러싼 정치권의 여-야 공방은 진실규명보다 헐뜯기에
모아지고 있어 국력의 낭비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원래가 그런 동네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경제살리자고 시작된
노동법개정이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돼버린 것은 정녕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도 시간은 있다.

남은 협상에서 여-야는 본래의 개정취지에 충실해주기 바란다.

정부는 어떤가.

무정부상태라고까지 표현되는 상황이다.

대폭적인 개편이 예고돼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논란을 벌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곧 모습을 드러낼 새 내각은 한보사태 등 현안을 조속히 매듭짓고
경제회생을 위한 대책마련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경제를 살리는 실마리는 기업의욕 회생에서 찾아야 하며 투자유인시책의
강화 등이 그런 대책의 일부가 돼야 할 것이다.

기업스스로의 노력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노동법개정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노사협력의
기틀마련에 최대한 노력해야 하고 노동계는 자신들의 일터를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경제상황은 금융 세제 등 몇가지 정책변수의 조정만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모두가 좀 더 냉정을 되찾아 해야 할 일, 해서는 안될 일을 가리고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