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인구의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지금 세계의 이목은 지난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중국 북경에서 열리는
제8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5차회의에 쏠려 있다.

최고지도자 등소평의 사망이후 10여일 만에 열리는 중요한 회의이기
때문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변화의 조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관심의 초점은 두가지다.

하나는 등소평 이후를 대비해 그동안 다져온 강택민을 정점으로 하는
권력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정책기조, 국유기업의 경영개선방안,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소수민족문제 등 주요 정부정책의 방향이다.

전인대는 입법기구로서 주요정책을 결정하고 국가주석 국무원총리 등을
선출하는 중국헌법상 최고권력기관이지만 이미 결정된 사항을 형식적으로
승인해온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더구나 오는 7월 홍콩 귀속이라는 국가적인 중대행사를 앞두고 있고
이어서 올 10월에는 중국공산당 당대회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전인대
회의에서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중국권력서열 3위이며 강국가주석에 대해 비판적인 교석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이붕 국무원총리의 국가시정목표보고, 또는 다른 정부안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강택민중심 체제를 견제할 수는 있다.

더 나아가 교석이 신상발언을 통해 현재 집권세력의 아킬레스건인 천안문
유혈진압사태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할 경우 중국 내부의 권력투쟁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권력투쟁 가능성과 관계없이 주요 정부정책에는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경제정책에서는 그동안의 고도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되 개방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이총리도 정부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8%, 물가억제선을
지난해의 6.1%보다 낮게 잡음으로써 긴축기조를 유지할 뜻을 강조했다.

또한 국유기업의 만성적인 경영난 해소추구, 소수민족의 독립반대 및
자치허용 등에서도 기존의 정책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날로 심화되어가는 빈부격차, 중앙정부의 통제력 약화, 농촌
사회의 붕괴, 부정부패 만연 등의 문제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들의 해결방안 및 정치적 민주화요구의 수용여부가
조만간 보수파와 개방파 사이의 권력투쟁을 촉발시킬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하겠다.

이점과 관련해 "전인대가 국무원과 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교석
위원장의 지론이나 전인대개막을 앞둔 지난달 28일 그동안의 경제성장에
걸맞는 정치개혁을 촉구한 전인대 대변인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고 본다.

이미 중국은 세번째로 큰 우리의 교역상대국이며 최대의 투자대상국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남북긴장완화를 위해서도 큰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그럴수록 중국의 대외정책 및 권력향방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철저한 분석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