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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비맞는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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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국기는 한 국가의 권위와 존엄의 표상이라고 한다.

    주권의 상징이기도 하다.

    마땅히 귀하게 모셔야할 징표이다.

    더없이 존귀한 것을 하찮게 나뒹구는 돌멩이처럼 눈비속에서 시달리게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비오는 날 태극기를 달아도 된다고 규정이 바뀌었다.

    국기를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라고 할수 있다.

    귀하게만 모셔야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어떤 악천후속에서도 우뚝 솟아
    펄럭이는 국가의 강한 표상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부터는 정부청사 고층빌딩 공항 항구등에서는 국기를 연중 24시간
    동안 게양할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뜻일 것이다.

    맑게 해뜬날, 비바람이 없는 낮에만 국기를 게양한다는 것은 자칫
    허약함을 풍길 우려가 있다.

    국기가 국가존엄의 표상이라면 밤낮없이, 어떤 폭풍우속에서도 휘날리고
    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래야 어떠한 난관이라도 돌파할수 있는 국민기상의 표상이 될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성조기는 그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국기는 근대이전까지는 지배층의 상징이어서 일반국민에게는 게양이
    금지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프랑스혁명이후 그 나라의 삼색기가 처음으로 국민에게 게양이
    허용되어 근대적 의미의 국기기능을 하게된 것이다.

    미국에선 국가의식이 강한 퇴역군인등이 사시사철 자기집에도 성조기를
    게양하고 있어 국기에 대한 외경심이 투철함을 나타내고 있다.

    부강한 미국을 지탱하는 하나의 연원일지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국기제정이 거론된 것은 1876년 운양호사건이 계기.

    그 배에는 일본국기가 게양되어 있는데 왜 포격을 했느냐고 시비를
    걸어와 비로소 국기에 대한 필요성을 알게됐다는 것이다.

    1882년 특명전권대사 박영효등 일행이 일본으로 가는 배안에서 그동안
    조정에서 구상되었던 태극사괘의 기를 그려 게양한 것이 태극기의 효시였다.

    요즘 나라안팎에선 국난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난에 정치위기, 여기에다 북한은 이미 소요시기에 들어섰다는
    보도까지 있다.

    이런 때일수록 모든 것을 이겨낼수 있는 표상으로서의 태극기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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