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대범 의원(신한국당)은 지난달 25일 국회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
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군경력을 문제삼을 것이라는 사실이 미리
배포된 원고를 통해 알려지면서 같은 당 이용삼 의원과 함께 국민회의측의
집중적인 공세에 시달려왔다.

해군출신인 허의원은 우여곡절끝에 3일 진행된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원만한 국정운영과 국회의사진행을 위해 김총재의 군경력을 언급한
부분을 삭제해달라는 당지도부의 요구를 수용한 이의원과는 달리 아예 준비한
발언을 모두 포기하는 "자폭성 저항"에 나서 다시 관심을 끌었다.

허의원은 등단하자마자 "지난달 25일 본의원의 대정부질문을 문제삼아 국회
일정이 연기된 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라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발언을
정당한 이유없이 시비대상으로 삼고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이해할수 없는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허의원은 이어 "36년간 험한 폭풍과 싸우며 북한의 대남적화 전략.전술을
잘 알고 있고 국가안위에 책임을 느껴온 사람으로서 최근의 안보위협적
사태와 국제질서, 좌경세력의 활동 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허의원은 김총재의 군경력에 대한 원고내용이 문제된데 대해 "지도자의
사상은 수백, 수천번 검증받아야 한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이데올로기
에 의한 군사적 대치상태에 있는 한반도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소신을 피력
했다.

허의원은 "대정부질문을 통해 밝히려 한 지도자 안보관의 중요성에 대한
소신은 추호도 바뀜이 없다"면서 "당지도부의 강력한 삭제요구가 있었지만
그렇게 할 경우 본인의 진의가 왜곡되고 반의회주의를 희석시킬수 있다"고
말한뒤 연단을 내려갔고 국민회의측은 야유없이 이를 묵묵히 지켜봤다.

한편 허의원은 당초 김총재가 공산당원이었다는 내용의 일본월간잡지
"정계" 2월호 기사를 소개하며 정부측에 진위를 물을 예정이었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