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스트푸드업계에 "가격파괴" 열풍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 최대의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널드가 햄버거값을 대폭 인하할 방침을
밝힘에 따라 업계에 조만간 가격인하경쟁이 닥칠 조짐이다.

< 한국경제신문 2월28일자 보도 >

미국이 세계 패스트푸드업계의 종주국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가격경쟁은
세계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마저 있다.

맥도널드의 가격인하방침 핵심은 주력 햄버거값을 개당 1.9달러에서 단
55센트로 떨어뜨리겠다는 것.

종전 4분의 1 수준의 초저가격을 미국내 전가맹점에 적용시키겠다는 계획
이다.

가맹점들이 순순히 따라줄 것이냐가 남은 문제다.

회사측은 이를 위해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전에 돌입했다.

"캠페인 55"란 이름의 이 전략은 맥도널드 창사이래 최대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 전략은 맥도널드가 판매전략을 완전히 수정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아치 딜럭스"란 고가전략을 도입한 이래 9개월만에 궤도를 1백80도
선회한 것이다.

잭 그린버그신임회장(작년 10월 취임)의 용단이다.

그린버그회장은 "가격인하를 단행하지 않는다면 올해 매출이 3.5%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맥도널드는 최근 경쟁사들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면서 미국내에서
매출감소세를 겪어 왔다.

특히 "아침간편식" 부문에서 감소세가 가장 컸다.

이 상품의 매출은 지난해 5.4% 감소했고 지난 1월에도 전년동기대비 6.7%
감소했다.

경쟁업체 버거킹의 "저가공세"에 시장을 잠식당한 것이다.

버거킹은 지난 18개월간 "아침간편식" 제품값을 4.7% 내렸다.

반면 맥도널드는 같은 기간 8.4% 올렸다.

이런 식의 상반된 가격정책이 상당수 제품에 적용되면서 양사의 경영실적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지난해 맥도널드의 미국내 기존가맹점 매출(신규점포 제외)은 3.3% 감소
했지만 버거킹의 경우 2.6% 증가했다.

특히 맥도널드가 2.1달러짜리 고가 햄버거를 도입한 지난해 5월이래 버거킹
의 매출은 11%나 증가했다.

이로써 맥도널드측은 매출감소세의 주범으로 "저가격"을 지목하게 됐다.

맥도널드가 안고 있는 다른 고민은 품질저하문제.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버거킹과 웬디스의 햄버거가 자사제품보다 더
맛있다고 말한 응답자가 많았다.

일각에선 맥도널드가 가격인하를 단행한다해도 버거킹의 제품을 고집
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맥도널드측의 위기감은 컸다.

하지만 전세계가맹점을 포함한 전체경영실적면에서 맥도널드는 여전히
우량업체다.

지난해 총매출은 95년대비 6% 증가한 3백18억달러를 기록했다.

순익도 10% 증가한 15억7천달러에 달했다.

수치상으로 우려할 단계가 아니다.

하지만 회사측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기 위해 신전략도입을 결정했다.

맥도널드가 지난 수십년간 패스트푸드업계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전략은 중대한 전환점을 시사한다.

고급화전략 실패를 시인함으로써 "저가격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99센트짜리 제품이 수두룩한 웬디스 타코벨 등 경쟁업체들은 맥도널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맥도널드가 가격인하에 돌입하면 경쟁업체들이 곧 인하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유재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