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세상에는 크고 작은 싸움들이 있다.

나라 사이의 전쟁으로 부터 통치자와 백성간의 대립이 있는가하면
형제들간의 재산 다툼도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으로 대두되고 있는 노사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사회문제이다.

대립과 갈등은 그것이 도전과 경쟁의 원리에 따라 바르게 작용하면
발전의 계기가 되고 파괴와 소모전으로 끌려가면 퇴보를 자초하게 된다.

그런데 발전과 퇴보의 갈림길을 만드는 많은 이유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정직성이라고 확신한다.

이해당사자간의 주관적 주장은 다르게 마련인데 그러나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상황을 인용함에 있어서는 거짓이 없어야 한다.

소위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식은 곤란하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노사갈등은 너무가 염치없는 거짓들로 점철돼 왔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주요 재벌그룹들이 임금을 실질적으로 205내지
30%를 올렸는데 정부의 눈치를 보고 각자의 체면을 생각하느라고
10%이내로 발표한다.

정부는 이 거짓을 눈감아 주고 노동조합은 즐겁게 공모자가 되며
경영자는 장기 재임을 얻게되고 언론도 진실을 캐려하지 않는다.

5개의 주체가 모두 거짓말에 가담하는 것이다.

1960년대에 일본의 노사갈등은 오느르이 우리보다 훨씬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70년대 들어서자 산업평화를 이룩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의 정직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직하기 때문에 싸움이 격렬했으나 진실을 바탕으로 한 해결도 빠른
것이다.

다시 우리 쪽을 돌아보면 한가지 기이한 현상을 발견한다.

세계의 경쟁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의 임금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조사와 검증, 그리고 이에대한 이해 당사자간의 토론이 너무나
소홀하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