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개의 세트부품으로 자동차를 완성할수는 없을까".

자동차업계는 이같은 고민속에서 2만여개나 되는 부품의 수를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있다.

제조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이같은 자동차 군살빼기는 일부 선진국에서단품을 시스템.패키지화하는
"모듈화"에 의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들어 국내에서도 모듈화 바람이 일기시작, 대우기전 대우정밀
대기산업등 몇몇 1차 부품공급업체들이 모듈생산시스템을 갖추었거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우 신형차 "누비라"등 일부 차종에는 이미 모듈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유럽 북미등 선진 기업들에서 무르익어가고 있는 모듈화 개념이
국내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업체는 대우기전.이회사는 부품 개발방향을
모듈화 중심으로 전환, 최근 직접 점화방식의 첨단점화장치(아이스-4)를
개발.공급하고 있다.

"아이스-4"는 모듈화에 따른 조립공수 절감은 물론 내구성점화시기조정성
배기가스저감효과 등이 종래의 단품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디스크브레이크에 캘리퍼 허브베어링등을 결합한 코너모듈, 라디에이터.
팬모듈등도 개발해 대우 누비라등에 장착하고 있다.

에어컨 엔진전장등에서도 원가절감 및 부품경량화를 위해 단품이 아닌
모듈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의 합작선인 미국 델파이오토모티브시스템스사의 기술지원에 의해
이같은 모듈생산은 가속화되고 있다.

대우정밀은 브레이크 쇼크압소버 너클등을 통합한 현가장치모듈을
개발해 올들어 본격 공급하고 있다.

이모듈에 바퀴 4개만 달면 곧 구동.조향이 가능해지는 시스템이다.

원가절감 장착편리성 등으로 인해 현가장치모듈의 채택이 늘고있어
회사측은 이모듈만으로 올해 9백억원,내년 1천5백억원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기아 협력업체인 대기산업도 연구소가 주축이돼 내년 생산을 목표로
배기계부품의 모듈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 모듈화부문의 국내 기술이 전무한 만큼선진기술을 도입키 위해
제휴업체를 물색하는 중이다.

이밖에 KDS 만도기계 기아모텍등 상당수 부품메이커들이 모듈화가
가능한품목에 대해 모듈단위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모듈화가 새로운 개발방향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점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듈단위의공급이 이뤄지면 자동화가 곤란한 자동차 최종 조립공정의
조립공수및 모델당조립소요시간을 대폭 줄일수 있는 점이 우선 꼽힌다.

또 완성차업체가 부품업체에 모듈생산을 위탁할 경우 그만큼 조립설비나
노무관리를 하지 않아도 돼 제조비용이 적게 든다.

부품업체로선 모듈단위의 설계 개발 생산 품질관리등에서 책임을 지되
설계 소재 기능첨가등 전반적인 비용관리를 독자적으로 수행할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잇점이기도 하다.

때문에 모듈 공급업체는 자체 설계 개발능력이 있고 다수 하청업체를
조정할수 있어야 하며 완성차업체와도 독립.대등한 관계여야 하는 것이다.

결국 자동차업계는 기술개발및 납품 조립상의 난점에도 불구하고
모듈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구나 이런 노력은 부품의 모듈화 개발을 촉진시켜 부품 표준화 및
공용화에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줄 전망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자동차부품 공용화의 실현을 위해서도 유.무형의
정부 지원아래 완성차.부품메이커간 모듈화 노력이 긴요한 실정이다.

< 문병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