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 가격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지난해말부터 주상복합건물 오피스빌딩들이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면서 분양시기가 집중된 신축건물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임대 및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20~30% 싼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신대방동 보라매타운 등 일부 지역에서 업무용건물이
주변시세보다 30% 싼 값으로 조기분양에 성공하자 올들어서는 그 대상이
오피스텔 상가 대지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경기부진 여파 등으로 분양여건이 좋지 않고 장기간 안팔릴 땐 고정
관리비 광고비 공실률대비비 등으로 인해 손실폭이 커지는 것을 막기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업체들은 미분양에 따른 기회비용을 미리 가격할인에
적용함으로써 초기분양률을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롯데건설은 신대방동 보라매타운에 있는 롯데관악타워(지하5층 지상32층)의
잔여분양물량인 업무용시설 3개층과 지하상가를 주변시세보다 25%정도 싼
평당 3백67만원에 분양하고 있다.

롯데측은 지난해말 인근 한국컴퓨터 사옥이 주변시세보다 30% 싼 평당
2백50만원에 조기임대되자 이번에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분양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도 내년 6월 준공예정인 전문건설회관의 임대를 앞두고
가격인하를 단행키로 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원래 임대가를 평당 3백만~4백만원선으로 잡아
놓았으나 한국컴퓨터 사옥의 임대가격 인하로 이미 이 일대의 임대시세가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롯데측도 분양가를 내림으로써 가격 재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밖에 현재 분양중에 있는 삼성복합타운 등 다른 빌딩도 분양 및 임대가
재조정을 검토중에 있어 당분간 이 일대에는 가격파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건립붐이 일고 있는 오피스텔도 분당 일산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가격파괴 영향권에 들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올 상반기에 1천실이상의 초대형 오피스텔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어서 분양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신영건업은 분당 구미동에 1천2백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상반기에 분양할
계획인데 평당분양가를 4백만원대로 산정해 놓았다.

이 가격은 주변 오피스텔 시세보다 20%이상 싼 편이다.

나산건설도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 1천5백~1천6백실규모의 오피스텔을
상반기중 분양예정인데 일산지역 오피스텔중에선 파격적으로 낮은 4백만원
선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처럼 대형업체들이 오피스텔 분양가를 잇따라 낮출 계획이어서 서울
도심에서도 위치나 시설면에서 떨어지는 오피스텔들은 가격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반 대지나 임야 등은 가격인하폭이 더욱 심해 40~50%선에 달하고 있다.

한국컴퓨터가 매물로 내놓은 강원도 원주시 태장동 대지 1천5백40평은
평당매매가가 주변시세보다 1백만원이상 싼 2백만원에 나왔다.

한국부동산컨설팅에 매각의뢰된 서울 연희동 대지(1백평)도 평당매매가가
2백80만원으로 주변시세(평당 4백만~5백만원)보다 40%이상 싸게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덩치가 큰 토지나 하자가 있는 부동산이 급매형태로
싸게 나온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신규분양물건이 대폭 할인되어 공급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부동산시장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한 단면이라고
진단했다.

< 유대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