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노동관계법 개정과정에서 치밀한 논리를 내세우며 국민회의측 협상
전권을 휘둘렀던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6일 새 내각이 금융실명제 보완방침을
밝히자 즉각 긴급명령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추진키로 하는 등 기동성있게
대응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정책위의장은 이날 "현행 금융실명제는 사전준비없이 정략적으로 전격
실시되고 차명거래를 전면 허용함으로써 자금경색으로 인한 경제 위축과
실명제 근본취지 실종 등으로 실패작이 됐다"고 밝혔다.

이의장은 구체적으로 <>화폐유통과 신용창출 위축으로 인한 경제 축소
<>사채시장 고갈로 인한 중소기업의 무더기 도산 <>차명예금 허용으로 인한
실명제 실효성 상실 <>예금기피로 인한 과소비 조장 등을 실명제의 폐단내지
한계로 지적했다.

이의장은 이어 "보완책이 공개적인 논의와 검증을 통해 여러가지 방안중
가장 합리적인 수단을 선택하는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의장은 이와관련, "금융실명제 보완책마저 실패하면 우리 경제에 대단히
위험스러운 일이므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신중을 기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의장은 앞으로 소비성 지하 부동자금의 양성화를 통한 산업자금화와
차명거래를 통한 검은돈 거래의 차단을 금융실명제 양대 보완방향으로 정해
구체적인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보완방식이나 구체내용을 둘러싼 여야간및 야권내 입장조율도
노동관계법이나 안기부법만큼 어려운 문제가 될 듯하다.

일례로 이의장은 새 내각이 무기명 산업채권 발행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산업자금 전환 방침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무기명 산업채권은
종합금융과세 취지와 상충될 수도 있기 때문에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하지만 국민회의와 정책공조를 유지해온 자민련은 지난달 김종필 총재의
국회대표연설을 통해 이미 무기명 장기산업채권 발행을 비롯 실명거래에
대한 세무조사및 자금출처조사 등 제재중단, 3천만원이상 금융거래의 국세청
통보제도 폐지, 종합금융과세 유예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해놓고 있다.

<허귀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