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봉 <종합금융협회 경제연 연구위원>

최근 금융개혁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산업 개편구도는 해당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경제행위에 관련된 전국민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실물경제 뿐만 아니라 금융에 있어서도 범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국내금융시장의 세계금융시장으로의 통합에 대비하고 금융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제고가 시급한 상황에 이르렀다.

따라서 금융개혁을 위한 논의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각계 인사의 경험과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국민적 중지를 모아 국민경제의 경쟁력강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혁작업은 금융기관의 자산 운용.업무영역 등에 대한 경쟁제한적
규제를 풀어 시장기능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하고, 금융하부구조를
개선하여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한편 금융의 국제화로 범세계적인
조류에의 적응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금융감독업무의 선진화로
금융제도의 안정성확보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연구검토된 자료와 각국의 경험을
참고하여 향후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경없는 경쟁의 시대를 맞아 금융산업의 전략산업화를
위한 기초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시장별로 별도의 금융기관을 설립하여
업무영역을 세분화하는 금융구조를 취해 왔던 과거의 구도에서 탈피하여
은행.증권.보험의 3대 금융권역을 축으로 하여 업무영역 상호진입의
폭을 넓혀 금융구조의 효율화를 기한다는 것은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의 금융관행을 개선하여 시장행태를 선진화하는 문제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부문이다.

그러나 금융산업구도를 손질하는 것은 관련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의 개혁은 21세기 금융구도를 확고히
수립하여 이에 따라 장단기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당장의 금융권간 이해관계에 얽매어 원칙을 망각하고 업무영역의
주고받기식의 타협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당시의 상황논리에 밀려 은행의 신탁업겸영을 허용함으로써,
은행이 은행이 아닌 신탁회사화를 초래해 이것이 갖는 엄청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최적해를 도출하는 과정은 원칙에 입각해야 하고 선진국의 경험을
살려 우리 시장관행을 정상화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증권관련산업인 증권 종금 투신 등은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역할을
중시하여 상호 업무교퓨의 폭을 넓혀 종합투자회사(Investment Bsnk)로
발전시키고, 불특정다수로부터 예금을 받아 자금을 운용하는 간접금융기관인
은행은 지급결제기구로서의 아정엇을 중시하여 금융권의 중심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은 선진국의 경험으로나 수많은 연구결과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사안이다.

은행기구의 안정성을 중시하여 은행은 진성어음주의(Real Bill
Doctrine)를 채택하고 효율적인 신용정보체계의 확립과 여신심사기법을
선진화하는 한편 자금조달능력을 강화해 신용도의 문제로 CP 회사채
주식등 직접금융수단에의 접근기회가 제약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의
신용공여를 위한 간접금융기능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최근 논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은행의 융통어음할인 취급에
관한 분제는 단순히 은행의 업무영역을 넓혀 당장의 수지부담을
완화해 보자는 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

은행이 융통어음할인을 취급하게 되면 증권업과 은행업의 겸영에
따른 이해상충문제를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은행경영 위험성 증대로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가능성을
제약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Glass Steagall 법에 의해 은행의 증권업무진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은행지 주회사의 자회사의 형태로 법적으로 분리된 구조(Legally
Separate Entity)를 채택하고 있는 점을 더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은행의 융통어음할인 취급은 증권산업과 은행산업이 직접금융과
간접금융의 전문서비스제공으로 조화로운 발전을 해 나가는데 역행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경험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것으로서 반드시
재고해야 할 겋이다.

또한 은행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적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하고, 주인있는 은행으로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본질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가장 시급한
사항이 아닐까 한다.

거듭 강조하는 바는 융통어음할인을 그 상품의 성격규정이나 시장발전을
위한 고려없이 무리하게 은행이 취급하게 되면 과거 은행에 신탁업겸영을
허용함으로써 배태된 문제점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을까 지극히 염려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