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내소프트웨어의 정재성 사장(29).

그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게임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쌓아가고 있다.

미리내는 최근 신일본제철의 자회사인 인피니사에 멀티미디어 게임의 핵심
분야인 3차원 엔진 기술을 제공키로 했다.

그 댓가로 5월부터 이 기술을 탑재한 제품 판매에 대해 로열티를 받는다.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게임소프트웨어의 본고장에서까지 기술력을 인정받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사장의 학적부에 기록된 IQ는 83.

변변한 대학졸업장도 하나 없다.

88년 경북대 전자공학과 1년 중퇴.

89년 한양대 전자공학과 입학.

1년만에 도중하차.

이것이 학력의 전부다.

그러나 컴퓨터 분야에서만은 일찍부터 천재성을 보였다.

대구 출신인 그가 컴퓨터를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 5학년때.

이 "신기한 기계"를 보자마자 이상한 마력에 빠져들었다.

집안 형편상 당시 3백만원이 넘는 컴퓨터를 살수 없었다.

그래서 동네 도서관을 드나들며 닥치는대로 컴퓨터 서적을 구해 읽었다.

그가 중학교 2학년때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바로 "사주팔자".

당시 중학생이던 그는 이 프로그램을 가지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프로그램을 팔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거들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어떤 아저씨에게 차비로 1만원을 받고 팔아 넘겼다.

그리고는 대구로 돌아갔다.

낙향이었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사주팔자가 대학가에서 컴퓨터 사주바람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

비록 그가 손에 쥔 것은 단돈 1만원이었지만 이 사건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소프트웨어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는 고등학교 졸업식날 친구 5명과 무일푼으로 미리내를 창업했다.

각자의 집에서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주면서 용돈을 버는 부업 차원
이었다.

그후 병원전산화 프로그램에 손을 대면서 회사의 기틀을 잡아갔다.

그러나 곧이어 시련이 다가왔다.

친구에게 회사을 맡기고 군대를 갔다오니 회사 사정이 말이 아니었다.

제대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면서까지 회사에 매달렸다.

"죽으라는 법은 없더군요.

"더 열심히 하자"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의 오기는 결실을 낳았다.

88년 오락기용 게임 "그날이 오면 1"을 개발, 일본으로 수출했다.

미리내가 93년 제작한 PC용 게임 "그날이 오면3"은 5억원이상의 순익을
올렸다.

이 게임은 아직까지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국내 PC용 게임 가운데 최대
히트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리내는 승승장구했다.

95년 무궁화위성 발사기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게임 타이틀을 미국과 유럽및 동남아에 수출하기도 했다.

현재는 온라인 멀티 DB(데이터베이스) 개발 등 통신및 정보관련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사장의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철학이 있다.

"마인드웨어".

정보와 지식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까지 전달하고 감동시킨다는 연구개발
비전이다.

지난해 연구및 개발에 17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8억원.

연구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했던 것이다.

올해는 투자가 결실을 맺는 첫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리내는 올해 매출 1백억원에 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계획이다.

매출의 80%라는 엄청난 순익을 올릴수 있는 것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파는
소프트웨어산업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올해안에 미리내의 3D 엔진 기술을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세계 최정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정사장은 젊은 패기와 자신감을 무기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다짐한다.

< 글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