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이 공채로 뽑은 OJT(업무실습교육)사원들에 대해 일정기간 영업활
동후 각 계열사에 배치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어기고 "보직대기"발령을 내겠
다고 해 파문이 일고 있다.

OJT제도는 대졸자들을 각 계열사별로 공개채용한뒤 전원 영업현장에 배치,
3년간 근무토록 한 뒤 원대복귀시키는 대우그룹만의 독특한 인력관리방법.

대우는 그러나 대우자동차판매에서 3년간 현장실습을 이달말로 마치는 OJT
사원 3백80명에게 최근 계열사에 복귀해도 일자리를 줄 수 없다는 방침을 전
달했다.

대우그룹 계열사 인사담당자들은 OJT사원들을 이달초 대우센터에 모아놓고
"계열사의 인원배치가 마무리돼 복귀해봐야 근무부서를 주지 못하는 "보직대
기" 하게되니 복귀할 것인지 아니면 대우자동차판매 영업사원으로 남든지 본
인이 알아서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당초 약속대로라면 이들은 대우자동차 (주)대우무역부문 대우건설 대우조선
등 4개 소속 계열사에 이달말 복귀해야하는데 그룹측에서는 은연중 대우자판
에 남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

OJT사원들은 그룹측의 이같은 방침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른 기업으로 옮기자니 OJT직은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데다 다시 공채
에 응시하자니 연령초과로 자격이 안되는 것.

OJT사원인 P씨는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은 느낌"이라며 "당초 입사할 때 동
기중 어느 누구도 대우자판의 영업사원을 지망하지는 않았지만 유능한 간부
사원으로 크려면 현장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믿고 열심히 일해왔
는데 이처럼 말을 뒤집을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OJT사원인 K씨는 "동기들중에는 차를 많이 팔기 위해 개인적으로
값을 깎아주고 빚을 진 경우도 있다"며 "회사측에서는 그동안 차를 많이 팔
면 계열사에 복귀할 때 승진해서 갈 수 있다고까지 했는 데 이것이 모두 거
짓말이었다"고 허탈해 했다.

이에 대해 (주)대우 인사부 채묵호인사과차장은 "영업사원들의 영어실력이
달려 계열사로 돌아와봐야 승진이 안될 게 뻔하다"며 "대우자판 인사부에
OJT 사원들을 걸러달라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대우자판 서원경인사부장은 "각 계열사에서 갑자기 많은 인원이 배치되는
데 따른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며 "개인적으로 영업직을 선호하는
사람은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실이 와전된 것 같
으나 대다수 계열사로 복귀시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우그룹은 신입사원들에게 영업감각을 익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92
년 OJT사원제도를 도입했으나 인력관리상의 어려움으로 지난해 폐지했다.
<한은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