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우리돈 좀 갖다쓰세요"

경기도 안산시에 자리잡은 골판지 전문업체 대영포장(대표 김승무)은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해 3백억여원 규모의 공장증설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세일"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월말 산업은행 본점의 환경지원 개선팀이 대출의사를 타진한 것을
시발로 보람 중소기업 장기신용은행 등이 총력로비를 펼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본점 강남 시화 안산 수원 부천 등 6개 지점이
한꺼번에 나서는 바람에 경인지역본부가 "거중조정"에 나서는 등 애를 먹고
있다.

일단 내부적으로 시화지점으로 "단일화" 돼가는 분위기이지만 시화지점도
안심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달들어 시중은행들까지 "군침"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영포장은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 어떤 은행에도 확약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고위관계자는 "최대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을 골라
대출받겠다"며 "금리는 한자릿수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상황이 이쯤되면 달라진 세태를 실감하지 않을수 없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에까지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허종욱 경인지역본부장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한보부도
사태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쓰러지면서 각 은행들이 우량기업을 찾는데
혈안이 돼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실여신없이 자금을 빌려주려다 보니 "내용이 괜찮은" 기업에 몰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전망이 불투명한 기업들에 대해선 극도로 까다로운 조건이 제시되는 기업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상장회사이기도 한 대영포장은 포장지업계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중소기업으로 썩는 포장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지난해 5백억여원의 매출에 23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며 올해
3백억원규모의 신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