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멀티미디어카드를 하나의 칩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멀티미디어카드업체들은 MPEG(국제동영상처리표준)카드 사운드카드
그래픽카드 영상회의카드 등을 우표크기만한 하나의 칩으로 대체하는
작업에 잇따라 착수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각종 멀티미디어기능을 칩에 압축시킴으로써 재생효율을 높일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능을 재고시킴으로써 작고 강력한 멀티PC를 구현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원칩''구현경쟁에는 현재 프랑스의 SGS톰슨사, 미 시큐브사 등 유력한
멀티칩 제조업체들이 대거 참여, ''모든 카드를 하나의 칩으로''라는 기치아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멀티미디어카드 제조업체인 미 시그마디자인스사도 그중의 하나.

이 회사는 최근 멀티미디어카드의 하나의 MPEG-2카드를 하나의 칩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하고 이를 오는 6월부터 전세계에 내놓을 예정이다.

때맞춰 한국을 찾은 이 회사의 TQ 트란회장(43)을 만나 칩시장에 대한
전망과 한국시장 현황, 신제품의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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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사람 = 박수진 정보통신부기자 ]

-시그마디자인스사는 어떤 회사인가.

"시그마 디자인스사는 92년 "리얼매직"이란 상표로 MPEG-1방식의 카드를
세계최초로 내놓으며 멀티미디어카드 시장에 진출했다.

실리콘밸리에서 70여명의 칩 디자이너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모여
벤처기업형태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미국내 멀티미디어카드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랭킹1위의 유력업체로 성장했다.

시그마는 PC에서 사용되는 각종 주변기기카드를 전문 생산하고 있으며
IBM 컴팩 유니시스 데이터제너럴 등 미국의 8개 유력 PC업체와 도시바 NEC
등 일본의 6개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세계 멀티미디어카드 시장에 대한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할 수 있다.

인터넷 인트라넷 화상회의 데이터베이스(DB) 원격수업 주문형비디오(VOD)
등 멀티미디어 수요는 늘어나고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들어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플레이어를 장착한 PC와
가전제품들이 전세계적으로 쏟아지면서 고성능 멀티미디어칩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각 멀티미디어카드 제조업체들은 누가 먼저 작고 안전한 고성능
멀티미디어칩을 만들어 내느냐에 사업성공의 열쇠가 있다고 믿고 있다.

물론 이를 뒷받침할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도 뒤따라야 멀티미디어칩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은 더 말할것도 없다"

-한국시장에 대한 전망은.

"시그마디자인스는 그동안 미국시장을 집중 공략하느라 한국시장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은 최근들어 PC와 각종 컴퓨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장 주목받는 마켓으로 떠올랐다.

현재 가산전자 두인전자등 2개 멀티미디어 카드업체가 한국내 PC제조
업체들을 상대로 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PC제조업체에서 필요한 수량과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지난해까지 비디오그래픽카드 TV수신카드 사운드카드
등의 단독기능 카드를 따로 만드는 실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은 상태는 상당히 뒤져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말께에야 한국업체들이 멀티미디어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통합VGA
(비디오그래픽)보드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시그마는 이 보드를 다시 하나의 칩으로 만든다는 계획아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중에는 모든 기능의 칩을 하나로 통합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은.

"이미 경쟁업체들이 PC제조업체와 카드제조업체에 제품을 공급중이다.

그러나 시그마는 DVD를 재생시키는 MPEG-2칩을 원칩으로 구현한 제품을
이미 개발완료한 상태여서 기대가 크다.

제품공급과 협력을 S전자 D통신등 한국내 PC제조업체와 멀티미디어보드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본 결과 반응이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

6월께 이 칩을 공급하는 것을 계기로 한국업체와 기술이전및 공동생산등의
협력관계를 늘리고 한국내 멀티미디어칩 기술향상을 위해 돕겠다"

-오는 6월 발표할 신제품에 대해 설명해 달라.

"그동안 각 카드업체들은 보드형태로 제품을 내놓았으나 일부 업체는 이를
2-3개의 멀티칩 형태로 만들었다.

시그마디자인스사는 첨단기술력을 바탕으로 동영상을 지원하는
MPEG-2카드를 원칩으로 구현한 퀘이사(제품명)를세계 최초로 내놓는다.

이 제품은 기존 MPEG-1칩이 압축률이 높아 화질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해
압축률을 낮추면서 메모리용량을 동시에 늘린 특징이 있다.

하지만 크기 자체는 기존 MPEG-1칩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퀘이사의 처리용량은 MPEG-1칩에 비해 4배(2.4기가바이트)나 되고 화질이
크게 향상돼 노트북과 PC로도 영화관에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고선명 영상을 PC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MPEG-1칩이 비디오를 보는 수준의 화질이라면 퀘이사는 레이저디스크나
HDTV(고선명TV)수준의 화질을 제공한다.

또 사운드는 CD수준에서 돌비 서라운드수준으로 향상될 것이다"

-앞으로의 칩 개발계획은.

"퀘이사 이후에는 MPEG-2칩을 영상회의용카드와 결합한 "슈퍼스톤"칩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2-3차원 비디오카드도 이 칩안에 묶을 수 있는
원칩을 내놓겠다.

이같은 개발과정은 내년중에 모두 완료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생산주력인 보드형태의 제품을 지양하고 모든
제품을 칩형태로 만들어 세계 멀티미디어카드시장을 이끌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른 주변기기에 대한 개발계획은.

"시그마는 이번주중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예정이다.

노트북을 통해 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영상회의용 키트를 저가격에
전세계적으로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PCMCIA방식의 카드와 컬러 디지털비디오 카메라, 그리고 이를
구현할수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가 한 키트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노트북에
장착한 후 전화선에 연결하면 노트북을 통해서 어디서든지 영상회의를 할
수 있다.

한국에는 내주께부터 본격 공급할 예정이며 한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2개의 관련업체와도 협의중이다.

이 제품은 키트형태로 일단 내주부터 2백99달러선에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 발표된 인텔 MMX칩과의 관계는.

"MMX칩이 CPU(중앙처리장치)의 멀티미디어기능을 보완하긴 했지만 한계가
있다고 본다.

멀티미디어기능은 날이 갈수록 고성능을 원하는데 비해 CPU가 이를
모두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은게 사실이다.

제품기획자체로는 의미가 있으나 각종 멀티기능을 완벽히 지원할
수 없다는면에서는 성공가능성의 여부를 유보케 할 수 있다"

-한국의 경기가 나빠 진출시기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모든 사업에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은 올해가 DVD롬이 CD롬을 대체하며 멀티미디어시장을 이끌어 나갈
원년이 될 것이다.

한국내 PC제조업체들은 지난해부터 DVD롬을 장착한 PC와 노트북을
만드는데 박차를 가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약간 시기가 늦은 감이 있으나 이 시장을 빨리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올상반기중에 멀티미디어칩을 본격 공급하는게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쟁업체들이 이미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이때를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