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노동관계법 재개정안은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복수노조가 허용됨에 따라 대대적인 노동계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고용조정제(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 도입으로 기업은 시장변화에 탄력적
으로 대처할수 있게 됐다.

반면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지게 됐다.

또 무노동무임금원칙이 법에 명시됨에 따라 함부로 파업할 수 없게 됐다.

노동법 재개정안은 작년말 신한국당이 단독처리한 개정법에 비해 노동계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다.

상급단체 복수노조가 허용된 것과 정리해고제 요건이 강화되고 시행이 2년
유예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복수노조의 경우 당초 정부안에는 상급단체에 한해 즉각 허용키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신한국당이 개정안을 단독처리하면서 불허로 바뀌어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결국에는 당초 정부안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상급단체 복수노조가 허용됨에 따라 노동단체도 경쟁시대를 맞게 됐다.

민주노총은 법의 테두리안에 들어오게 됐고 한국노총의 독점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이같은 변화가 상급노동단체간의 조직확장경쟁으로 이어져 산업현장이
걷잡을 수 없는 노사분규에 휘말릴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함부로 파업할 수 없게 됐다.

노동법 재개정안은 파업기간 무노동무임금을 명시하고 있다.

당초 개정안처럼 파업기간 임금지금을 금지하진 않고 있으나 사용자측에
지급의무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고 임금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일 경우
처벌한다는 조항까지 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파업을 하려면 근로자들은 임금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파업을 하면서도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비정상적 관행이 통했다.

앞으로 무노동무임금원칙이 도입되면 이같은 잘못된 쟁의관행이 바로잡히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파업기간 사업내 대체근로를 허용한 것은 파업으로 인해 경제가 마비되고
궁극적으로 노사 모두 상처를 입는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법이 개정됨에 따라 앞으로는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되면 사용자는 다른
사업장 근로자를 대신 투입해 조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5년후 금지키로 한 것도 노동계의 대규모 변화를
예고한다.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면 중소기업노조는 전임자를 대폭 줄여야 한다.

아예 동종업계 단위노조들이 산별단위노조로 통합될 가능성도 크다.

협상막판까지 쟁점이 됐던 정리해고제의 경우 시행을 2년간 유예하고 해고
요건을 보다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노동계 불만을 줄이는 선에서 타결됐다.

고용조정을 단행할 수 있는 길은 터줘야 한다는 경영계측 요구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는데 대한 노동계측 불안과 저항을 절충한 셈이다.

경영계측에서는 정리해고 요건이 완화되고 시행이 유예된 점이 가장 큰
불만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정리해고가 노동계 최대불만으로 부상하는 바람에 당초 정부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변형근로시간제는 경영계측 요구대로 "1개월단위, 56시간"으로 타결
됐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일감이 많고적음에 따라 주단위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노동계 요구는 "2주단위, 48시간"이었다.

그러나 하루 12시간으로 근로시간상한을 정함으로써 챙길 만큼은 챙긴
셈이다.

노동전문가들은 재개정안에 대해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평가
하면서도 노동법파문후 노동계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바람에
과연 법개정 취지를 제대로 살렸는지 의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