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창업 2세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제일제당 농심등 국내 대형식품업체의 창업 2세들이 올들어 최고 경영자로
줄줄이 승진, 경영일선에 부상하고 있다.

이들의 연령층은 대부분이 30~40대의 해외유학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나이와 경력이 말해주듯 활발한 사업다각화에 앞장서는 등 한결같이 공격
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젊은 2세들의 전면등장에 따라 다른 업종에 비해 유달리 보수적인 성격을
띠어온 국내 식품업계의 경영풍토가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수입식품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2세들이 주축이
된 사업다각화로 자칫 국내 식품사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국내 최대 식품회사인 제일제당의 경우 고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의 장손자인
이재현씨(37)가 지난달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부사장은 지난 연말 모친인 손복남고문으로부터 주식 30만주(3.6%)를
물려받아 실질적인 오너의 모양새도 갖추었다.

이부사장은 폭넓은 분야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으며 특히 그룹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신규사업진출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동양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양구회장의 차녀이면서 동양제과의 최대주주인
이화경씨(41)도 지난달 26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에따라 이부사장은 이미 맡고 있던 마케팅분야외에 남편 담철곤부회장과
함께 경영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유업계의 맞수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도 조만간 2세끼리 정면으로 맞붙을
전망이다.

남양의 경우 창업 2세인 홍원식씨(48)가 지난 90년 사장에 취임, 사업
다각화 고급 유제품개발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매일유업에서는 창업주 김복용회장의 장남인 김정완부사장(40)이 이달
중순께 정기주총에서 사장으로 선임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김부사장은 지금도 영업 마케팅등 주요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사장으로
전면에 부상한 뒤에는 본격적인 공격경영이 예상되고 있다.

해태유업의 경우 민병헌회장이 건재한 가운데 외아들 민정기씨(36)가 지난
1월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민상무는 전공이 정보학인 만큼 사내 정보망구축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국내 주요 라면회사들은 최근들어 모두 2세체제로 모양을 갖춰 나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농심의 신춘호회장의 쌍둥이 장남 신동원씨(39)가 부사장에서
국제담당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신신임사장은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개척에 주력할 계획이다.

신사장은 또 지난해 발족한 광고대행사 농심기획의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전중윤 삼양식품회장의 장남 전인장씨(34)는 지난 93년말부터 경영관리실
사장으로 폭넓게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특히 골프장개설등 새로운 사업분야진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열라면의 판매호조로 라면업계 3위로 뛰어오른 오뚜기도 2세체제를
굳혀 나가고 있다.

함태호회장의 외동아들 함영준씨(38)는 지난 94년 전무로 승진해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식품이외의 것에 눈을 돌리지 않던 오뚜기가 최근 평촌지역 민방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함전무의 적극적인 건의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2년 한화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빙그레는 일찍이 김호연회장(42)체제를
굳혔다.

사장도 있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결정을 내리고 있다.

미원은 임창욱회장(48)이 10년전에 임대홍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전권을
물려받아 2세오너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임회장은 최근 삼풍백화점부지를 사들여 유통 레저분야에 참여할 것을
검토하는 등 꾸준히 새로운 분야로의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