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정부가 야심찬 경제개혁정책을 발표했다.

최근 확정된 97회계연도(98년 3월까지) 예산안을 통해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면서 경쟁과 자유무역등 과감한 개방을 골격으로
경제 기본틀을 다시 짜려는 것.

학계와 재계에서 "인도경제사에서 역사적인 사건" "인도경제발전의 분수령"
이란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개혁 사령탑은 P.치담바람 재무부장관.

중도파와 좌파연합정권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지만 공급중시의 자본주의
경제학에 사회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절묘한 정책으로 개혁을 이끌고 있다.

이번 예산안에서도 중도파를 의식, 기업과 도시민을 위해서는 과감한
세율인하와 물가안정을 약속했고 농민에 대한 보조금확대를 내세워 좌파를
무마시켰다.

양쪽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위험없이는 기회도 없다"는게 치담바람장관의 생각이다.

세율인하로 세원이 확대되어 오히려 세수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까지 한다.

민간측면에서도 일단 환영이다.

"위험을 감수한 예산이지만 해볼만한 도박"(디팍 파레크 봄베이 주택건설
금융회사 회장)이란 평가다.

봄베이 주식시장에선 이런 기대를 반영, 예산안이 발표(2월 28일) 다음날
하룻동안 평균주가가 무려 11% 올랐을 정도다.

예산안에 담긴 뜻은 인도경제의 과감한 개방.수입관세를 최고 50%에서
40%로 낮췄다.

2000년까지는 동남아시아 수준까지 낮출 것을 약속했다.

이 조치는 "이번 예산안의 핵심"(프라디프 샤 인도양벤쳐투자자문 회장)
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국투자자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인도기업에 대한 외국인 소유지분 한도를 최고 24%에서 30%로 올렸고
벤쳐캐피탈회사가 단일기업에 투자할수 있는 비율도 5%에서 20%로 높였다.

가장 극적인 것은 역시 세율인하.

개인소득세의 최고세율을 40%에서 30%로 10% 낮추고 기업들의 법인세도
40%에서 35%로 낮췄다.

외국기업에 대한 법인세도 55%에서 48%로 내렸다.

재정적자도 지난해 GDP의 5% 수준에서 올해는 4.5%(6천5백50억루피)로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예년과 같은 7% 안팎의 성장을 달성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작업이긴 하지만 국영기업의 민영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개방속도가 느리다는 시각도 많다.

샹카 아카랴 재무부 수석고문은 "예산안이 주는 개방메세지는 분명하지만
전기부족등 외국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인프라문제를 해결의지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치담바람도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전력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못하는게
가장 가슴아프다"고 말할 정도다.

보험시장도 예상과는 달리 부분적으로만 개방되어 대폭개방을 기대한
외국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예산안의 아킬레스건은 석유가격.

석유생산관련 보조금지급으로 연간 44억달러규모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내 좌파들의 반발로 석유값인상이 어려운게 현실이다.

중앙집중식 계획경제를 철폐하기 시작했던 만모한 싱 전재무장관도 "예산안
이 아무리 낙관적이라 할지라도 석유적자문제를 풀지 못하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의 경제성장목표와 세수추계치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세율을 낮췄는데도 세원이 늘어나지 않으면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다.

일각에선 올해 경제성장율을 6.5%, 물가상승률을 정부전망치(6.5-7%)보다
높은 8.5%로 예측하기도 한다.

최근들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시아의 새별로 떠오르는 "인도로 가는
길"에서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