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국내 기업들이 그 경쟁력에 한계점을 노출하면서 우리 경제는
심각한 국제수지적자와 수익성의 악화를 비롯한 갖가지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고자 최근에는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강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경쟁력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른 근본적 대책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칫 미봉책으로 단기의 효과에 급급하면 문제의 골만 더욱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이란 시장에서의 상대적 우월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시장에서 성공하기에 필수적인 여러 성공요인들에 대한 경쟁적 우위로
결정된다 할 수 있다.

시장마다 각기 톡특한 성공요인들이 존재하겠지만 이를 단순하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그 첫째는 임금, 금리 지대 등의 요서비용으로 어느
정도 기업에 주어진 환경요인들이다.

둘째는 그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보다 근본적
요인으로 기업고유의 기술경쟁력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우리기업들은 주로 저임금에 의존하여 경쟁력을 유지해 오고
있었으나 이제는 임금은 물론 모든 요소비용에 있어서 상대적 강점이
소진되고 기술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상태이어서 심각한 경쟁력
약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경기침체도 경기순환적 불황의 측면이 없지 않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바로 이러한 경쟁력 약화에 기인한 것이라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이 위기에서 벗어나 선진국의 대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위적 금리인하와 같은 경기순환상의 불황 타개책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인위적 금리인하는 오히려 물가를 부추키어 우리경제에 어려움만 가증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기업에 따라서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임금을
동결하기도 하는데 현재의 고임금구조를 감안하면 바람직한 노력이라고
판단되나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함은 우리모두가 잘 인식하고
있다.

기업경쟁력의 제고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은 각 기업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

이 또한 모두가 주시하는 사실이나 이를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견해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많은 경우에 아전인수격의 주장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에 필자는 진정한 경쟁력은 경쟁의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기술경쟁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생적으로 자라나는 것이란 의미이다.

물론 경제개발의 초기에는 정부의 보호와 육성시책에 의한 산업의
기반확립이 필요하지만 그러한 시기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고 판단된다.

정부의 보호육성시책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가 우리의 자동차산업인데
돌이켜 보건대 십수년전에 국내 자동차산업을 경쟁으로 내몰았더라면
지금쯤은 그 경쟁력이 한 단계 높은 수준에 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해 본다.

십수년전에야 여하했든 이제는 더 이상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 조장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정부도 각 분야에서 자율경쟁을 유도하는 여러가지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규제와 보호만이 능사처럼 여겨지던 금융산업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갖가지 진입장벽과 업무영역의 제한이
철폐되고 있다.

증권사의 설립이 자유화되고 종금사는 은행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되고
제2금융권의 업무영역이 대폭 자율화될 전망이다.

이 모두 금융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노력이라 판단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과감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간의 경영권 쟁탈이 가능하도록 증권거래법 제200조를 삭제한 것도
우리 기업의 경쟁력제고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기득권을 누리던 진입장벽내의 기업들은 어려운 경쟁을 환영할리
없고 따라서 반발도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로 어떤 부분은 몇년씩 유예기간을 두기로 하거나 아예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한 예도 더러 있다.

위탁매매전문 증권사설립의 자유화를 유예한 것이나 신설 부진사들의
채권응용비중을 제한한 것 등은 여전히 답답하게 느껴진다.

물론 급작스런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도 없지 않으나 그래도 이제는 우리
정부도 좀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기업들도 이제는 여러가지 형태의 경쟁을 감당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근로자들도 이제는 더 이상 경쟁을 회피하여서는 안된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우리 근로자들도 이제는 당근과 채찍에
익숙해져야만 우리 모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성과급, 스톡옵션 등 각종 인센티브제도로 능력 있고 노력하는 근로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노력하지 않는 근로자가 해고되는 현상은 달갑지
않더라고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 판단된다.

경쟁구조 속에서의 기회와 위협이 우리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새로운 경쟁의 질서 속에서 이를
정면돌파 하여야만 한다.

이것이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재도약하는
유일한 선택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이러한 자율적 경쟁의 토양을 마련함과 동시에 공정한
게임의 틀을 확립하고 또 지켜나가기 위해 가일층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